이젠 제법 쌀쌀하다.
11월이 훌쩍 앞서 달려가고 있다.
가을이 깊었다는 이야기다.
난 가을이 주는 청량감을 좋아한다.
창문을 열면 느껴지는 이 선명한 공기,
깊이 한 호흡 들이마신다.
마음 깊은 곳까지 맑아지는 순결의 숨결이다.
생각은 유년시절로 달려간다.
가을 끝자락
집 앞 텃밭에는 들깨농사 낫가리가 키 작은 산처럼 줄지어 서있었다.
밭둑에는 오래된 감나무 서너 그루가 앙상하게 서성이고,
갈바람에 밭고랑 여기저기 떨어져 나뒹구는 노란 감의 파편, 한편에는 빨간 고추가 멍석 위에서 가을 햇살을 담뿍 받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갈까마귀 우짓고,
햇볕에 말라가는 들깨 냄새가 청량한 가을의 정취를 더 했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
가만히 지나온 날들을 무심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지극히 평범해서 더 평범했던 나날이었다.
어떨 땐 지극히 무모해서 더 무모하기도 했었다.
모두가 나를 말렸다.
"그건 너무 위험해."
"이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다고?"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성으로 따지자면, 나는 분명 무모했다.
두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무모함이 나를 살게 했다.
안전한 길만 골라 걷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결과는 완벽하지 않았다.
많이 넘어졌고, 수없이 후회도 했다.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길 위에서 나는 살아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밤새도록 생각에 잠기어 있는 나 자신이 생경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무모한 도전이란,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깨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 하나면
내 인생의 모든 시행착오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 청량한 가을에 살아 있는 거다.
부단히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두려워 말고...
오늘도 나에게 건투를 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