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길을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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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하

적막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여백이 많은 수묵화처럼

산하는 숨을 고르며

스스로 믿음을 다진다.


바람은 말을 아끼고

나무는 등을 곧게 세운 채

긴 사색에 잠긴다.


비워낸 자리마다

침묵이 쌓이고

그 침묵 속에서

시간은 더 단단해진다.


눈이 덮은 길 아래

수많은 발자국의 기억이 있고

멈춘 듯한 계곡에도

봄을 부르는 미세한 떨림이 흐른다.


그래서 겨울은 쓸쓸해도 허무하지 않고

조용해도 외롭지 않다.

말이 없을 뿐

의미는 가득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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