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by 길을 걷다가

97세 어머님이 생존해 계신다.

이젠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몸을 간신히 보존하고 계신다.

요양 보호사의 도움과 자식들의 돌봄에 의지해 혼자 근근이 독거의 삶을 영위하시고 계신다.

젊어서 어머님은 팔방미인 이셨다.

시골마을에 시집온 새댁의 음식솜씨와 바느질 솜씨는 온 동네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우리 집에 바느질 거리를 맡기려고 줄을 서있었고, 그 시절 손수 바느질로 지은 옷을 입고 우리 형제들은 자랐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학교 가는 게 왜 그리 창피했던지...

어머님은 항상 몸을 바르게 하시고 정갈히 몸단장을 하시는데도 빈틈이 없었다.

흐트러진 모습을 뵌 적이 없다.


어머니는 본인 중심적 삶을 살아오셨다.

자식들보다 아버지를 더 애정하셨고 본인이 하시고 싶은 일에는 집안팎을 가리지 않고 주저함이 없었다.

성장하면서 왜 그렇게 서운하고 섭섭하던지 가정적이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었다.

난 친아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모든 건 내가 스스로 해냈어야 했다.

어머니는 가정보다 밖으로만 도는 것 같았다.


반항기의 사춘기를 보내면서 몇 번의 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난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무언가에 부딪치고 깨뜨려야 했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문밖에서 어머님의 숨죽인 흐느낌이 들려온다. "이제 누굴 믿고 산다는 말이냐?"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날 사랑하고 계셨구나.

바보 같은 놈!


요즈음 어머님은 4형제 중 유독 나에게 많이 의지하고 계신다.

정기적으로 병원일도 봐드리고 은행일도 봐드린다.

당당하시던 당신 모습을 이젠 찾을 수가 없다.

늘 곱게 단장하시던 그 모습도 이젠 찾을 수가 없다.

세월이 야속하다.

부디 담담한 마음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시원한 바람이 선선함을 선물한다.

산그늘 드리워진 주택가 골목길엔 오늘따라 유난히 아줌마 산보객들이 많다.

백스탭 걸음을 걷는 도중 섞어 걷고 있다.

민망스러운 건 내 뒤를 따라 걷는 아줌마들과 눈이 마주하고 걷는 경우도 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ㅋㅋ

터저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유쾌한 산책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