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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Dec 09. 2022

[스낵소설] 부품

"그런 상상 해본 적 있어? 우리가 로봇이라서 부품을 하나하나 교체할 수 있는 상상."

J는 병실 침대에 누워 창밖의 허공을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우리가 로봇이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나는 침대 옆 조그만 의자에 앉아 사과를 깎으며 대답했다.

"그냥 로봇이었으면 좋겠어. 몸 안에 부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로봇. 그럼 아프지도 않을 거 아니야."

J의 말을 들으며 나는 들고 있던 칼을 멈추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J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졌다. 뒤늦게 발견한 암이 걷잡을 수 없이 전이가 되고 있었다.

"나 사과 하나만 줘. 냄새를 맡으니 오랜만에 먹고 싶어."

"안돼. 너 저번에도 사과 먹었다가 심하게 토했잖아."

"이번엔 괜찮을 것 같아. 하나만 줘. 죽기 전에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막무가내로 J는 내 손에 들려있는 사과를 뺐으려 했다.

"죽긴 누가 죽어!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는 사과를 뺏기지 않으려고 손을 움직였지만 J의 힘없는 손은 허공을 저으며 내 손을 따라오지 못했다.

"치. 치사해서 안 먹는다. 집에나 가!"

J는 삐진 듯 홱하고 내게서 등을 돌려 누워버렸다.

나는 사과를 든 채 그런 J의 등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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