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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Dec 12. 2022

[스낵소설] 기타와 에릭 클랩튼 그리고 방세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어?"

"뭐가?"

나의 질문에 민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게 기타만 치면서 사는 거 말이야. 너도 돈을 벌어야지."

"나는 기타로 돈을 벌 거야."

"언제 네가 기타로 돈 번 적이 있기나 해?"

5년째 기타로 돈을 벌겠다고 말만 하는 민수의 무책임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되물었다.

"기타는 말이야 낭만이야. 인생에 낭만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내가 다그칠수록 민수는 기타를 더욱 끌어안았다.

"EADGBE 이 속엔 세상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언어가 담겨 있어. 너도 알지? 에릭 클랩튼."

민수의 말이 길어질수록 내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너 지금 방세 밀린 것만 벌써 2년째야. 도대체 언제까지 나한테 얹혀 살 거야?"

"두고 봐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 만들고 있는 곡만 완성되면 내가 2년이 아니라 10년 치 방세 한 번에 줄게."

민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섞인 말에 나도 이제 지쳐버렸다.

"그런 의미로 한번 이번 신곡 들어볼래? 너라서 특별히 최초 공개해주는 거야."

"아니 나는 더 이상 듣기 싫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수는 왼손가락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울려 연주를 시작했다.

듣기 싫다는 말을 한번 더 하려는 순간, 기타 선율이 울려 퍼졌고 이전과는 다른 아름다운 선율에 온 몸이 멈춰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지막 기타 줄이 울리고 파동이 방 안으로 퍼져나간 후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때? 좋지?"

"어..."

나는 민수의 질문에 그저 멍하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일까. 아니면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걸까.

이번엔 정말 밀린 방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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