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역국에 대한 안 좋은 미신을 깨고 싶었다.
"엄마! 나 내일 소고기 넣어서 미역국 끓여줘!"
수능 전날 엄마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온 가족이 나보고 미쳤다며 제정신이냐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기어코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수능날 아침 미역국을 먹고 수능을 치러갔다.
누가 내 소울푸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미역국!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단서가 붙는다.
미역국이지만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이라는 단서가.
학생 때 엄마가 미역국을 끓이면 완전 한 솥을 끓였고
그 미역국을 며칠이고 계속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잠이 덜 깬 눈으로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듯 먹고 학교에 갔다.
밥을 말은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 그 위에 신김치를 올려 한입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미역국엔 신김치도 잘 어울리지만
진미채 볶음, 멸치볶음, 무말랭이, 도라지 무침도 매우 잘 어울린다.
이렇게 모든 반찬들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메인 요리가 되는 미역국 자체가 맛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잠시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에서의 유명한 말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어머님 수 만큼 다양한 미역국 중에서
나는 우리 엄마 미역국을 제일 No.1으로 선정하고 싶다.
(No.2는 내가 끓인 미역국)
내가 수능 때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한 이유는 미역국에 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 기사에서 미역국의 미역이 풍부한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수험생에게 매우 좋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미역국을 매우 좋아했던 나는 그 기사를 읽은 후로 더욱 미역국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었고,
작은누나도 시험날이면 혹시나 시험을 망칠까 봐 미역국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미역국이 너무 맛있고 좋았다.
그래서 미역국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 공부를 꽤 열심히 했고, 모의고사 성적도 나름 잘 나와서 수능 때 왠지 대박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 3년의 영혼을 갈아 넣을 수능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나는 미역국을 먹어도 수능을 잘 볼 수 있다는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고3의 무리수를 팍팍 넣어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내일 소고기 넣어서 미역국 끓여줘!"
"너 내일 수능이자나."
작은누나가 놀라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지 않고 더욱 끓여 달라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별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수능을 앞둔 아들을 위해 뭐든 다 해주고 싶었는지
다음날 미역국을 매우 맛있게 끓여줬다.
수능날 아침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미역국에 밥을 조금 말아먹고 준비물과 도시락통을 챙겨 수능장으로 향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오전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나는 도시락통의 밥과 반찬과 미역국이 담긴 국통을 꺼냈다.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채점을 시작하는데...
결과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겠다.
미역국에 대한 안 좋은 미신을 깼는지 못 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시험들의 결과는 미역국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 미역국을 끓여먹진 않았지만
미역국을 보면 항상 내 수능날이 생각난다.
"엄마! 나 수능날 미역국 끓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