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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y 08. 2021

1인1 닭과2인1 닭의미묘한 사이에서

치킨이 시민의 힐링 음식으로자리 잡은전국 춘추 치킨시대

"날씨도 좋은데 치맥 어때?"

"비가 오는데 치맥 어때?"

"기분도 꿀꿀한데 치맥 어때?"

"피곤한데 치맥 어때?"

"날도 더운데 치맥 어때?




어느샌가 치킨은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보상해주는 소울푸드가 되었다.

우리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치킨을 찾는다.


낙엽처럼 바삭하고 짭짤하고 기름진 후라이드 치킨

달콤맵콤한 양념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양념 치킨

오븐에서 뜨거운 사우나를 마치고 매끈한 자태를 자랑하는 구운 치킨

등등등

다양한 맛들을 서로 뽐내는 치킨들이 매일 저녁만 되면 우리들을 기다린다.


이런 치킨의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치킨 배달이 다녀간 뒤면 좁은 사각의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치킨의 풍미로 가득 차 있고 냄새를 우리 폐 속으로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입안에선 군침이 돌며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왼손이 모르게 오른손이 휴대폰으로 치킨을 주문한다.


사람들과 치킨을 먹는 날이면 너도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치킨은 1인 1 닭이지!"라고 외친다.

그리고 다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한 마리의 치킨을 꿀꺽 혼자 다 먹는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신기했다.

'어떻게 치킨을 혼자 한 마리 다 먹을 수 있지?'

나는 혼자 한 마리를 다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치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맛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갓 배달 온 따끈따끈한 치킨박스를 열면 기름에 튀긴 닭의 풍미가 내 코를 자극한다.

첫 치킨으로 닭다리를 손에 집어 바삭! 한입 크게 입으로 베어 물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맛은 첫 한입에만 느껴질 뿐 그 이후로는 맛들이 반감이 된다.

튀긴 요리 특유의 기름진 맛 때문일까 먹으면 먹을수록 먹는 속도가 느려진다.

입 안에선 어서 기름을 제거해달라며 아우성대고 콜라를 입에 가져다댄다.

그리고 닭 반마리가 사라졌을 때쯤 치킨 박스를 닫고 뒷정리를 한다.


항상 치킨이 먹고 싶어 치킨을 시키고 1인 1 닭을 도전하지만 지금까지 전패(全敗)이다.

모조리 졌다.

한낱 닭은 튀긴 치킨에 피자 한판도 거뜬히 혼자 다 먹는 내 위가 굴복해버렸다.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하는 치킨 한 마리는 아이러니하게 두 명이서 먹을 땐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든다.

1+1=2가 아닌 1+1=3이 된 느낌이다.

분명 1인 1 닭을 하지 못하는 둘이 만났는데 한 마리로는 미묘하게 부족하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혼자와 둘일 때 먹는 음식 양의 차이는 항상 생긴다.

같은 위를 가지고 같은 음식을 먹는데 왜 그런 것일까?


어느 날은 이런 현상을 고심하다가 혼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치킨은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치느님을 두고 혼자 욕심부려 영접하려 한 것이다.'

'혼자 먹으면 맛이 1배 둘이 먹으면 맛이 무한 배'


1인 1 닭과 2인 1 닭의 미묘한 차이에서 그 차이가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도 밝혀내진 못했지만

그 미묘한 간극을 해결할 수 있는 언젠가,  그 언젠가가 되면 1인 1 닭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치느님은 아무 잘못이 없다. 1인 1 닭을 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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