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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8. 2023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될 2월의 첫 날이 밝아왔다.

2023년 2월의 첫 날. 고마워요 알랭 드 보통.

2.1(수)



2월의 아침이 밝아왔다.


올해 2월은 내 인생의 그 어떤 2월보다 특별한 달이 될 예정이라 2월의 숫자가 더욱더 크게 내 마음속에 다가온다.


다른 날보다 더 큰 다짐과 포부를 담아본다.



점심으로 기영이와 준엽이 형에게 청첩장을 나눠주면서 탕수육을 먹었다.


탕수육은 역시 옛날 탕수육이 가장 클래식하고 내 입맛에 찰떡궁합으로 잘 맞고 제일 좋아한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탕수육의 맛에 오늘도 반해본다.



면 대신 밥을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긴 하지만 오늘따라 간짜장이 먹고 싶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외식을 잘 하지 않았다.


자식이 세 명이니 한번 외식하기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치킨을 시켜 먹기 보다 엄마가 튀김기나 오븐으로 닭을 튀겨주었고 그 흔한 중국집에도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 수능이 끝난 어느 날, 집에서 놀고 있는데 아빠가 점심에 밥 먹으러 가자며 단둘이 외출을 했다.


포항 종합운동장 맞은편에 중국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짜장면을 시키려다 아빠가 간짜장이 맛있다며 간짜장 두 개를 주문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간짜장이었다.


일반 짜장과 너무도 다른 신세계를 보는 맛에 나는 흡입하듯 간짜장을 다 먹었다.


20살의 그날 추억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그 뒤로 짜장 대신 간짜장을 시켜 먹는다.



기영이와 준엽이 형과 여행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육아와 돈 그리고 부자에 대한 쓸모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부자와 부유 그 차이가 무엇인지 논의하던 중 기영이 덕분에 그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부유'는 2대가 먹고 놀 수 있는 수준이고,


'부자'는 3대가 먹고 놀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은 나는 부유의 '부(富)'자에도 다가서기 힘든 수준이지만 수입 파이프라인들을 만들어 꼭 여유를 넘어 부유가 되도록 노력하고 달성할 것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회사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가야 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야근하면서 저녁으로 오랜만에 회사 앞에 국수나무에서 기운을 북돋아주는 낙지 소고기 덮밥을 주문했다.


힘을 내려고 특별한 음식을 먹었지만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느낌이 없었고 다음부터는 먹지 않을 것 같았다.


음식이라는 것은 미각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 감정, 시각, 촉각, 청각 등 여러 감각으로 먹는 것이어서 항상 맛있을 수 없나 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음식이 내게서 멀어져 갔다.



집에 돌아와 식탁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식물을 살펴주었다.


확실히 집 안에 식물들이 있다 보니 분위기가 살아난다.


무생물이 주는 분위기와 생물이 주는 분위기의 간극은 너무도 크다.


좀 더 많은 식물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에 돌아와 야근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잠들기 전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꺼내든 책


슬픔이 주는 기쁨 - 알랭 드 보통


2월의 책을 사면서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이 나온 것을 봤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했다.


대학생 때부터 고민을 해결해 주고 마음을 치유해 준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소장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 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벽에 걸어야 할 것은 쓸쓸한 도로변 휴게소 그림일지도 모른다.'


책의 뒷면의 이 문장을 보자마자 책이 내 가슴을 사로잡았다.


우리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인생의 교훈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침대에 앉아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갔다.


몇 장 읽지 않았음에도 매우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줄 때 알랭 드 보통 책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사람들은 약간 어려운 알랭 드 보통의 문장에 책이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어려움 속에 인생의 교훈과 깨달음이 있기에 다른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역시나 알랭 드 보통 책을 추천해 줄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책 덕분인지 가슴 충만한 상태로 잠에 들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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