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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06. 2023

연휴가 흘러가는 속도는 우리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다

6.5~6

6월 5일 월요일



4일 동안의 황금연휴 속에서 벌써 3일 아침이 밝았다.


바쁘게 움직인 주말에 딱히 한 게 없어 보이는데 벌서 3일째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연휴를 놓칠 수 없기에 아침 일찍 이러나는 계획을 세웠다.


눈을 뜨고 용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지, 아니면 아파트 헬스장에서 헬스를 할지 고민하다 가까운 헬스장으로 행선지를 결정했다.


평일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 불을 켜고 들어가 스트레칭을 하고 등 운동, 가슴운동 그리고 쓰러스터를 하며 전신을 불태웠다.


30분만 하려고 했지만 운동하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났고 45분의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헬스장을 나오면서 주 3회 이상 운동하기라는 글을 보며 주 3회 헬스장을 가기로 다짐쟁이는 또 다른 다짐을 가슴속에 새겼다.



오일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얼마 전에 갔던 원신흥동 '윤정식당'에 다시 방문했다.


집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른 점심을 먹을 계획은 미뤄져 정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봉골레 파스타와 소고기 크림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다.


"봉골레 하나~"


내가 원하던 오일 파스타 느낌은 아니었지만 맛있었고 다음엔 어란 파스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일 파스타는 지난번에 갔던 원신흥동 '로스트 330'에서 먹어야겠다.


그리고 여긴 정말 무 피클 맛집이다.


한통 준 피클을 싹 다 비우고 집에서 만들어 볼 생각으로 요리법까지 찾아봤다.


문주부의 요리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시간 되면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날이 너무 좋고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조금 멀리 떨어진 교외 카페를 찾다가 세종에 있는 '카페 용담'을 찾아갔다.


반석에서 세종으로 가기 전 샛길로 빠져나와 꾸불꾸불한 길을 지나면 한적한 시골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용담 카페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엔 매우 귀여운 웰시코기가 한 마리 있다.


짧은 다리로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리며 뽈뽈뽈 돌아다니는 모습에 나와 지현이는 눈이 별이 되었다.


사람을 매우 좋아해서 항상 사람 곁에 있는 강아지 모습에 저절로 행복해졌다.


역시 이래서 동물을 키우나 보다.



가만히 우리를 반기는 모습에 쓰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부드러운 감촉, 따뜻한 온기 그리고 날리는 털.



시골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카페인 중독자들의 정신을 깨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용담 카페 특제 메뉴인 쌀 추로스를 시키고 책을 가지런히 놓았다.


설탕이 듬뿍 알알이 박힌 쌀 추로스는 맛있었고 커피 한 모금에 뇌는 깨는듯했다.


카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시끄러워 높은 데시벨의 화이트 노이즈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꿋꿋이 앉아 서로의 책을 읽어내려갔다.


나는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지현이는 '그릿'.


책 속에서 프루스트는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말고 구석구석 음미하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전봇대는 어떻게 서 있는지 산의 능선은 무슨 모양인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풍경을 바라보니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아름답다 그 이상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액자로 새겨졌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단편적인 것들만 보고 있었나 보다.



저녁으로는 지현이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역시 김치찌개엔 비계가 섞여있는 앞다리살을 듬뿍 넣어야 제맛이다.


가히 소울푸드라 부르기 부족함이 없다.



연휴를 더 알차게 즐기기 위해 산토리 하이볼을 만들어 먹으며 신서유기를 시청했다.


좋은 TV가 있지만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볼 게 없다.


요즘 예능은 하나도 재미없고 볼게 정말 없다.


우리는 신서유기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벌써 시즌 6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이만한 예능은 없다.


다시 했으면 좋을 텐데 아마 못하겠지. 아쉽다 너무.


그리고 하이볼은 역시 맛있다.





6월 6일 화요일



휴일이라 늦잠 자거나 뒹굴뒹굴하는 건 전혀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수영 갈 준비를 했다.



지현이와 수영하면서 우선 1,000m를 돌아주고 100m 씩 돌며 훈련 아닌 훈련을 했다.


아쉽게 3,000m는 채우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영을 하고 나오니 상쾌했다.


아침 수영을 하러 가면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더 일찍 수영하러 가지 않은 걸 반성하기도 한다.


다음 휴일엔 더 일찍 일어나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해 알찬 24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전신 운동의 최고봉인 수영 최고!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점심으로 간장 계란밥을 만들어 먹었다.


크래미를 넣고 그 위에 이케아에서 산 양파 후레이크를 얹으니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간장 계란밥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얼른 12시가 되기 전에 카페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휴일에 카페를 찾아가는 건 우리 취미다.


감성 있고 좋은 카페에서 카페인을 보충하며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고 즐겁다.


하지만 연휴에 인기 있는 감성 카페들은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기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카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일찍 점심을 먹고 일찍 출발했다.



연휴에 우리가 찾은 곳은 공주의 '춘소 커피'.


집에서 쉬고 있던 연주를 데리고 공주 카페를 찾았다.


현충일이라 잠시 차가 막히기도 했지만 무사히 길을 뚫고 찾아갔다.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소라색 반팔 셔츠가 마음에 든다.


내 카페 가방인 파리에서 산 메르시 에코백을 손에 들고서 사진을 잘 찍혀버렸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한 사진들을 열심히 찍다가 카페 중앙에 위치한 연못(?)에서 인스타 감성 사진을 하나 건졌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가 찍은 이런 감성 사진들을 한데 모아 프린트해서 집안과 사무실 곳곳에 붙여두어야 하는데 그 일을 자꾸 까먹어 몇 개월째 인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휴에 인화 신청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그 계획은 물속의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다음 연휴를 노려본다.



연주가 우리 부부 사진을 매우 잘 찍어줬다.


(부부라고 적으니 매우 어색하다.)


날씨가 매우 화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두 눈을 감은 건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감은 것이 아닌, 정말 뜨겁고 눈부셔서 눈을 감은 것이다.



정말 땀이 줄줄 흘렀지만 사진을 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세 명이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데 거의 백 장은 찍었을 것이다.


감성 카페라 그런지 커플, 친구 그리고 아기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았고 카페는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책을 읽겠다는 다짐의 메르시 가방이 무색해지게 책을 펼치지도 않았고, 그렇대 대화만 하다 카페에서 나왔다.


금요일 4시간 일하고 퇴근해서 찾아오면 조용하고 아늑하게 카페 분위기를 즐기며 독서와 블로그를 쓰기 좋겠다는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른 점심과 양이 적은 카페 디저트에 배가 고파 공주 신전 떡볶이를 찾아갔다.


간식(?)으로 떡볶이와 어묵 튀김 및 각종 튀김들을 맛있게 먹고 돌아가는 길에 떡과 약과도 한 아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날, 좋은 시간, 좋은 나들이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냉장고 속에 '당근당근'을 꺼내 들었다.


'토마토마'를 먹고 싶었는데 없어서 그 친구인 '바니바니 당근당근'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악마에게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용사가 되었다.


'디아블로4'


두둥!



세상을 구하더라도 밥은 먹고 구해야 하기에 저녁을 만들어봤다.


집에 있는 만두와 동그랑땡을 양파, 마늘과 함께 볶다가 간장으로 간을 하고 영양 부추를 곁들인 화산 볶음밥.


뚝딱 한 끼가 완성되고 한입 크게 떠서 입안으로 넣는 순간 지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으로 삼겹살 먹을 건데 올래?"


이제 막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삼겹살의 유혹이 훅 들어왔다.


저녁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삼겹살을 먹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소크라테스급의 고민 끝에 우리는 솔로몬의 현명한 해답을 찾았다.


'두 개 다 먹으면 된다.'



볶음밥을 싸 들고 옆 동 지현이 집으로 갔다.


애피타이저로 내 볶음밥을 다 함께 먹고 메인 디시로 삼겹살을 굽고 디저트로 볶음밥을 먹었다.


역시 한국인의 디저트는 볶음밥이다.


탄수화물의 마무리는 언제나 옳다.



이렇게 4일 연휴가 5G처럼 지나버렸다.


5G는 사실 과장 광고라 최근 공정위에서 3개 통신사에 과징금을 징수하기도 했지만 뭐 LTE 보다 3배 더 빠르다니까 빠른 건 빠른 것이지.



매우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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