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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06. 2023

일은 강제로 나를 움직이게 하고, 노는건 제일 좋아.

6.7~9

6월 7일 수요일



연휴 끝 출근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울리는 알람 소리에 그저 인상을 찌푸리고 일어나는 수밖에



강습 시간엔 이렇게 1분 한 바퀴 사이클로 잘 도는데 막상 자유수영하면 이렇게 못 도는 이유는 왜일까.


자유수영은 사람이 별로 없어 물 저항도 적어 더 잘나가는데 말이다.


내가 하는 채찍질보다 남이 시키는 채찍질이 더 효과적인가 보다.


수업 시간과 출근 시간만 아니라면 1시간 3,000도 가능할 것 같다.


내 체력과 근력만 따라와 준다면 말이다.


연휴가 길었어도 다행히 해야 할 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일하기 싫다는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말이다.


역시 배수의 진 효과는 최고였다.



7시간 근무 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배가 고파 간식으로 일본 컵라면을 먹었다.


처음 먹었을 때는 라면도 우동도 아닌 기름진 생소한 맛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에 끓일 땐 물을 좀 적게 넣어 국물의 풍미를 높이고,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 매콤 칼칼함을 더했더니 맛있는 컵라면 간식이 되었다.


평일이지만 아직 휴일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날은 왜 이리 좋은 것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밤이다.




6월 8일 목요일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오늘은 오리발 하는 날.


벌써부터 힘들 생각에 발걸음이 무겁다.



국숫집에 주차를 하고 수영장으로 가는 길에 자주 보이는 치즈냥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직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털이 부스스하게 까치집을 만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츄르 줄 시간이 없단다.


차에 츄르가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뜯지 않았다.


바쁠 때만 고양이들이 나타난다.



오리발 따라가다 심장 터지게 생겼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심박수가 살짝 낮은 거 보니 열심히 하지 않았나 보다.


보통 평균 160에 최대 190까지 가는데 말이다.


오리발을 따라가도록 더 열심히 수영해야겠다.



역시나 쌓인 일들로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요즘 내가 먹는 점심은 오트밀에 프로틴 시리얼을 더하고 두유와 아몬드 브리즈를 넣은 시리얼이다.


결국은 시리얼이라는 말이다.


든든하게 먹으려고 정량보다 특별히 많이 먹는다.



심신 안정 및 이너 피스르 찾고 취미 생활을 할 겸 지현이와 책을 읽었다.


박연준 - 고요한 포옹



"

이제 나는 열정적 포개짐보다 고요한 포옹이 좋다.


당신이 간직한 금이 혹시 나로 인해 보서지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이 좋다.


등과 등에 서로의 손바닥이 닿을 때, 가벼운 포개짐이 좋다.


고양이처럼 코끝으로 인사하며 시작하고 싶다.


끔찍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금 간 것을 계속 살피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키우고 싶다.


어렵더라도.


"


나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포옹하면서.


코끝으로 인사하며.




6월 9일 금요일



수영을 마치고 출근해서 일을 잘 하고 퇴근했다.


역시 퇴근은 행복 중 하나다.


퇴근하면서 오늘 저녁에 있을 집들이를 위해 홈플러스에서 간단히 장을 본다고 봤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지현이와 영수증 내기를 했는데 8만 원을 부른 내가 초라해 보였다.


산 게 없는데 포스기에 찍히는 숫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도 새로운 메뉴를 위한 장 보기는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집들이는 요리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집에 돌아와 지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용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러 떠났다.


'디아블로 4'


디아블로와의 인연은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 집에서 디아블로 1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었고,


중학생 때 디아블로 2가 나와 악마 디아블로(DIABLO)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용사가 되어 PC방을 제집처럼 엄청나게 들락날락 거렸다.


그리고 다음 메일 아이디가 DIADIABLO12였다.


대학생 땐 디아블로 3가 나왔고 다시 한번 용사가 되어 디아블로로부터 세상을 구했다.


그리고 이제 30대가 되어 다시 한번 세상을 구하러 떠나고 있다.



오늘은 지현이 대학교 동생인 미정이네(feat.태은이형)가 찾아와 집들이를 하는 날이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떡볶이를 만들고 다른 메뉴는 무엇을 할까 인스타를 뒤적뒤적거리다 '소고기 팽이버섯 말이 스키야키'를 만들었다.


재료 손질 후 뚝딱뚝딱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본 음식이었지만 역시나 맛있었고(내가 만들어서)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화기애애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태은이 형과 미정이네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다이내믹한 결혼 생활 이야기 듣는 것은 재미있다.


우리도 매우 즐겁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다이내믹하진 않은 것 같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신기함을 구경하며 다음에 총총이가 세상에 나오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인사를 나누고 배웅해 주었다.



후식으로 꺼내놓은 '바질 페스토 토마토 리코타 치즈'



집들이 선물로 '딥티크 룸 스프레이'를 선물 받았다.


좋은 향으로 가득해질 집 생각에 고마웠다.




4일 휴일이었다 3일 출근하니 어느새 주말 연휴가 찾아왔다.


쉬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노는 건 세상에서 제일 좋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 없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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