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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11. 2023

끝이 보이기에 기다림이 있고, 견딜 수 있다.

6.10~11

6월 10일 토요일


토요일의 마법은 침대와 우리를 한 몸으로 만든다.


나는 분명 눈을 떴다.


시간을 확인하고 잠시 명상을 한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게 무엇이지?


내가 타임머신을 탔나?


그렇게 수영을 안 갔다.


사실 수영 가고 주말 출근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나 늘 그렇듯


"누구나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악마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용사가 되었다.


지현이가 머리를 하러 가있는 동안 마음 편하게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게임은 즐거웠고 즐거운 만큼 책과 블로그를 멀리한 죄책감도 쌓여갔다.



잠시 머리하는 지현이를 만나고 장을 보러 가는 길 눈앞에 펼쳐진 하늘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렬한 자외선 가득한 햇빛이 구름을 내리쬐어 새하얀 빛의 반사를 만들어냈다.


빛의 삼원색 빨강, 녹색, 파랑.


그리고 30분 동안 또 세상을 구해봤다.


지현이가 짬짬이 플스를 하게 해줘서 고맙다.


그렇게 정신없이 악마를 물리치다가 이제 정말 집들이 음식을 만들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집들이 메뉴는 '샐러드 파스타' 그리고 '감바스'.


파스타와 감바스에 새우가 많이 들어가기에 냉동 새우 한 팩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하나하나 빼는데 손이 많이 가면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지현이도 내 공간인 부엌에 들어와 함께 새우 다듬는 것을 도와주었다.


팬에 올리브유를 잔뜩 넣고 마늘을 넣고 새우, 버섯, 토마토를 넣어 감바스를 만들고,


접시 위에 샐러드를 깔고 파스타 면을 올린 후 구운 새우와 베이컨을 넣고 발사믹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붓자.


요리 끝!



완성된 '샐러드 파스타'



'감바스'



그리고 꼬냑, '헤네시 VSOP'


로마 면세점에서 산 꼬냑을 첫 오픈하는 시간이다.


지현이 친한 언니인 유빈씨와 그 남자친구가 서울에서 대전까지 함께 와주어서 집들이가 시작되었다.


요리는?


당연히 맛있었다.


내가 했기에!!


문주부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온갖 이야기들을 보따리처럼 꺼내 먹었다.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



집들이 선물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안성맞춤인 온더락 잔을 받았다.


11시에 집들이가 종료되었지만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기에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잘자요.




6월 11일 일요일



어제 수영하지 않아 오늘 꼭 수영장을 가기 위해 추목 수영장에서 열리는 렛츠스윔 수영 모임에 참석을 했다.


수영 모임은 항상 10시에 시작했고, 나는 항상 일찍 가려고 노력했다.


30분 일찍 가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43분에 입수했다.


언제나 계획과는 잘되지 않는 법.



최근 오랜만에 3,000m를 달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오늘 달성했다.


3,450m


모임 전 1,000m를 돌고 사람들과 1,000m를 돌고 나머지를 혼자 돌았다.


물이 매우 차가운 추목 수영장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몸에 열을 내었다.


그렇게 목표한 바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심박수(bpm) 체크를 하며 오늘 운동을 복기해 본다.


160 bpm 정도를 유지하며 종종 180bpm까지 올리며 운동을 열심히 해보자.


수영은 언제나 너무 재미있는 것.



개운하게 수영하면 어제나 부대찌개가 생각난다.


어제저녁 12시엔 라면이 먹고 싶었고 오전엔 수영을 했으니 부대찌개를 먹지 아니한 이유가 없지 않은가.


라면사리를 듬뿍 넣은 부대찌개는 내 위를 만족시켜주었다.


밥을 먹고 주말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출근은 너무 하기 싫었고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현이는 가족들과 충청도 냉면 여행을 떠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안에서 용사가 되었다.


악마를 소탕하며 지현이가 오길 기다렸다.



저녁은 처가에서 갑오징어 숙회와 꽃게탕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꽃게는 맛있지만 살을 하나하나 발라 먹는 게 귀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위를 들고 열심히 꽃게 다리 하나하나를 발라 먹었다.


살이 꽉 차있어 맛있었고 어느새 밥을 먹는 사람은 나 혼자만 남았다.


다들 밥을 빨리 먹었고, 꽃게 다리를 하나하나 발라먹지 않았다.


내 두 눈은 꽃게탕과 밥에 고정되어 있었고 귀는 열려 있었으며, 입안이 간간이 비어있을 때 대화에 참여하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밥을 먹었다.


맛있게 저녁을 다 먹고 후식까지 맛있게 먹으며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옆 동인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현이가 느낌 있는 하늘을 발견했다.


오늘 처음 쳐다보는 하늘이다.


날이 좋다.



그리고 다시 한번 또 역시나 언제나 항상 용사가 되어 악마를 물리쳤다.



이렇게 일요일이 마무리되었다.


내일이면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가 될 예정이다.


아직 많이 남은 일이 눈앞에 그려지지만 애써 눈을 감아 현실을 무시해 본다.


다행히 목요일이 마감일이라 4일만 고생해 보겠다는 무너진 의지를 억지로 세워본다.


역시 마감일(납품일)이 다가오니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뿐이다.


괜찮다.


다음 주 일기엔 일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말로 도배가 되어있을 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 본다.



끝이 보이기에 기다림이 있고, 고생의 터널 끝에 다가올 행복이 있기에 잠시 참고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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