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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13. 2023

흘러갑니다. 이렇게 주말도.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6.16~18

6월 16일 금요일



어제 소주만 마셔서 그런지 다행히 큰 숙취는 없었다.


물론 둘이서 3병 마시면서 많이 마시지 않았고 엄청난 양의 안주들을 위에 넣었으니 숙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출근도 하지 않는 금요일이지만 6시 20분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야만 했다.


수영은 항상 가야 하니까.


"swimming never stop!"



해장 수영을 하면서 개운하게 입수를 하고 강습이 끝나서 지현이를 달래며 자유형 드릴(drill)을 알려주었다.


지현이 전문 수영 선생으로서 지현이가 좋은 자세와 효율적으로 수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다 보니 1시간 반을 수영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타벅스 프리퀀시 남은 1장을 채울 겸 커피를 마실 겸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했다.


초록색 스타벅스 간이 테이블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치아바타를 함께 곁들여 커피를 마시니 속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해장 수영과 커피로 미처 끝내지 못한 해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내 최대 해장 방법인 '오모리 김치 컵라면'을 꺼내 들었다.


오모리 김치 컵라면은 꼭 따뜻한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1분 40초를 돌려먹어야 한다.


일반 컵라면에서 맛볼 수 없는 탱글탱글한 면발과 함께 진하고 깔끔하며 개운한 국물이 속을 200% 풀어준다.


배도 차고 해장도 하고 날도 좋고 출근도 안 하고 그냥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얼쑤!



한적한 휴일을 맞이하는 우리 취미 중 하나는 '교외 감성 카페 찾아가기.'이다.


한동안 공주 카페를 많이 찾아가 봤으니 오늘은 차를 조금 더 몰아 세종 카페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세종 '카페 무르익'


논뷰가 펼쳐지는 작은 카페였다.


맛있는 말렌카 꿀 케이크를 팔고 있어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이은 점심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농부의 딸인 지현이는 논뷰 실컷 봤는데 또 논뷰를 본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막상 지현이는 논을 자주 보지 않지 않냐며 반박을 했다.


많이 봤으면 어떠하리 그냥 지금이 좋으면 되는 것을.


책도 읽고 블로그도 쓰려고 책과 노트북을 한 아름 챙겨갔지만 하나도 하지 않았다.


지현이와 논을 보며 나란히 앉아서 즐거운 수다를 했다.


인생의 철학적 고찰과 사회 재미있는 이야기와 추억 이야기까지 경계 없는 대화 주제를 왔다 갔다 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카페에 있는 흑백 스티커 사진도 찍어봤다.


사진 하니까 생각났는데 2022년 앨범을 만들 사진도 골랐다.


매년 지현이와 한 해를 추억하는 사진들을 골라 앨범을 만들었다.


작년 앨범은 결혼과 신혼이라는 핑계를 방패 삼아 아직 만들지 않고 있어서 항상 마음의 짐이 되었었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 사진들을 골랐으니 인화 신청을 하면 되는데 과연 언제 신청할지 나도 궁금하다.


앨범을 자주 볼 일은 없지만 이렇게 앨범을 만들고 나면 우리의 추억과 인생이 한층 더 견고해진 느낌이 든다.


얼른 2022년 앨범과 신혼여행 앨범을 만들어야지.



집으로 돌아와 하늘에 떠 있는 작은 구름을 보고 행복함을 느꼈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과 맑은 하늘 그리고 편안한 집의 새 조합은 이곳이 극락인지 현생인지 모를 정도로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창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식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이 글을 빌려 전해본다.



오후 3~4시만 되면 출출해져 오늘 간식으로는 감자를 삶아봤다.


너무 뜨거워 제대로 만지지도 못하는 감자를 호호 불어가며 먹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감자 자연의 맛이 너무 좋다.


나는 아무 간을 안한 찐 감자를 좋아한다.


고구마도 좋아하고 옥수수도 좋아하기도 한다.



저녁은 문주부의 요리 실력을 뽐내는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초이스 등급 미국산 소고기를 넣은 오일 파스타 한 프라이팬과


역시나 같은 고기를 넣은 김치볶음밥 한 프라이팬을 뚝딱 만들었다.


아버님 어머님과 연주를 초대해 배부른 저녁을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배도 부르고 후식도 먹으며 국대 축구 평가전을 보며 한껏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것이 금요일 휴일 묘미 아니겠는가.




6월 17일 토요일



수영을 했던가 안 했던가... 안 했군.


역시 뒤늦게 일기를 쓰려니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하다.


가물치!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셨다.


선물 받은 온더락 잔에 위스키 대신 내려먹는 커피를 담아 마치 술인 듯 분위기를 내봤다.


컵에 따라 음료의 맛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색다른 느낌이다.


이래서 예쁜 컵과 그릇을 모으나 보다.



점심으로 남은 알배추를 곁들인 어묵탕을 기깔나게 맛나게 만들어 먹었다.


시원 칼칼한 어묵탕에 밥 한 그릇을 뚝딱하고 한껏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들겼다.



심심해하는 선영이를 데리고 함께 단골 카페인 숨인 카페를 찾았다.


서비스로 무화과 휘낭시에도 받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가져간 책과 노트북은 꺼내지 않았다.


요새 잠시 내외 중이다.


다시 책과 노트북에 친해져야지.


그래야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할 것 아닌가.


잠시 느슨해진 마음을 달래본다.



저녁으로는 금요일 문주부에 이은 토요일 문주부가 되었다.


토요일은 내가 요리사!!!


언제나 내가 요리사!!!


류수영표 편스토랑 삼겹살 바비큐를 만들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구운 고기와 삶은 고기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요리였다.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껍데기가 붙은 통 삼겹살을 넣어 껍데기 부분부터 바싹 익혀 기름을 만들어내고 4면을 골고루 익힌 다음 야채를 넣고 뚜껑을 덮어 푹 익히면 완성이다.


매우 조리법이 쉬우며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고기는 언제나 옳기에 우리는 항상 정답을 찾아 나선다.


고기 is 뭔들.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쉬다가 온더락 잔에 커피 대신 원래 용도에 맞게 위스키를 부었다.


동그란 얼음을 넣고 얼음이 살짝 녹아 물이 섞인 위스키 맛이 일품이다.


생일 선물로 받은 메이커스 마크를 마셨다.


(thanks to YJ)


최근 부쩍 늘어난 위스키들을 언제 다 마실지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렇게 토요일 밤이 흘러갔다.




6월 18일 일요일



알바를 한다는 연주를 현대 아웃렛에 내려주면서 바로 근처 대덕 수영장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느린 사람들이 있어 마음껏 돌진 못했지만 그 와중에 지현이 자세를 교정해 주며 힘차게 돌았다.


배움은 끝이 없고 수영도 끝이 없었다.


하면 할수록 고쳐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


평생 해야지.



수영을 마치고 오픈한 대전 현대 아웃렛에 한번 가 봤다.


주차 자리가 없어 저 멀리 골목에 주차를 하고 땡볕을 걸어 도착한 아웃렛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푸트 코드에서 합석 자리를 겨우 잡아 약간 불편한 식사를 했다.


시원한 과일 음료도 마시고 구경 아닌 구경을 하다 사람들로 혼미해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현대 아웃렛에 갈 일은 없을듯하다.



아웃렛에서 줄 서서 산 빵을 먹으며 잠시 에너지를 보충했다.


급 피곤이 몰려온다.


20분만 자야지.



자고 일어나 수영 모임을 하러 갔다.


파랑새 수영장 대관을 해서 함께 즐기는 대형 이벤트가 있는 날이다.


20명이 모여 두 레인을 빌렸고 몸풀기 수영을 하고 뒤이어 수영 게임이 진행되었다.


어수선함과 통솔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 레이스는 진행되었고 차츰 분위기가 잡혀갔다.


단순히 모임 사람들과 하는 수영 레이스인데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재미와 아쉬움 모두가 공존했던 즐거운 대관 수영이었다.



수영장 안에서 영상도 찍으며 놀았고 다 함께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잠시 수태기가 올 뻔했지만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대관 모임이 있다면 좀 더 준비를 철저히 참여해서 완성도를 높여봐야겠다.



모임 후 저녁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와 지현이와 함께 저녁으로 오랜만에 푸라닭을 시켜 먹었다.


역시 닭 중에 닭 푸라닭이다.


먹어도 먹어도 뭔가 계속 먹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주워 먹었다.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요일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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