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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20. 2023

더 잘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견디는 순간

6.26~29

6월 26일 월요일



어느 때보다 설레는 월요일이다.


출근하고 7시간 후면 퇴근을 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테니스를 배우러 가는 첫날이다.



10년 전 테니스를 처음 배웠었다.


스쿼시를 치면서 라켓에 공을 맞히는 재미에 푹 빠져있을 때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생이던 시절 한 달에 15만 원이나 하는 테니스 레슨을 들을 돈이 없었다.


그러다 3학점이 남게 되면서 뭘 들을까 고민하다 교양 수업으로 테니스 과목을 수강신청했다.


마침 아는 형이 테니스 채를 빌려주기까지 했고, 그렇게 내 생에 첫 테니스가 시작되었다.


스쿼시를 꽤 쳤었기에 라켓에 공 맞히는 건 자신 있었고 처음엔 테니스를 쉽게 봤다.


하지만 테니스는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완전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감각을 익혀갔다.


포핸드, 백핸드 그리고 서브.


땀을 뻘뻘 흘리며 수업을 열심히 들은 덕분인지 긴 랠리는 되지 않더라도 상대방과 간단하게 랠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테니스의 왕자' 만화책으로만 보던 그 테니스를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유난히 더웠던 봄과 여름이 만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10년 만에 테니스를 치러 간다.


아마 다 까먹었겠지만 몸속에 세포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금방 배울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간다.


지현이와 함께 충대 정문 '테니스팡'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첫 레슨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손에 잡아보는 라켓의 감촉은 어색했고, 포핸드로 공을 맞히는 느낌은 여전히 좋았다.


5분 같은 20분 레슨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쉬움에 벌써 끝났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테니스를 생전 처음 치는 지현이도 꽤 라켓을 잘 휘두르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우리의 테니스가 시작되었다.



20분의 레슨과 20분의 연습을 마치고 아직은 첫날이라 제대로운동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테니스를 같이 치자는 제안에 흔쾌히 같이 쳐준 지현이가 고맙다.


요즘 테니스 붐이 일어나면서 테니스를 정말 치고 싶었었다.


사실 작년에 치고 싶었는데 그땐 허리 디스크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테니스를 배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거의 회복되어 달리기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되었고 이렇게 지현이와 함께 즐기는 취미가 하나 더 늘어났다.


수영, 독서, 블로그 그리고 테니스.


함께 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닭을 삶아놨다는 어머님 부름에 지현이와 손을 잡고 옆 동 처가로 향했다.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닭백숙이었다.


더워지는 초여름 고마운 몸보신을 했다.


근처에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바로 옆동이 처가라는 말을 듣고서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많이 괜찮다.


오히려 좋다.


내가 놀러 갔을 때 지현이가 심심해하지 않을 수 있고, 함께 먹는 음식이 많으며 또 주고받는 게 많아진다.


오늘도 이렇게 몸보신을 하지 않았는가.


든든한 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6월 27일 화요일



일요일에 수영을 하지 않았으니 3일 만에 수영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수영하는 내내 몸이 무거웠다.


역시 수영은 매일 해야 한다.


월요일 휴관인 게 두고두고 아쉬움을 느낀다.


당장 오늘과 내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바쁘게 일했다.


납품 때처럼 바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롭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일이 많다는 건 때론 좋기도 하며 나쁘기도 하다.


지금은 좋음과 나쁨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점심에 책을 읽으러 1층에 내려왔는데 지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아이스크림을 사 온다고 했다.


나는 '토마토마'를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초코 사냥꾼인 지현이는 당연히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이 정말 빗나간 '탱크보이'를 사 왔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오늘은 탱크보이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아이폰 사진에 1년 전 오늘 사진이 떴고 심심해서 확인해 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1년 전 오늘 지현이가 탱크보이를 먹는 사진이 떠있었다.


항상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지현이인데 작년도 올해도 6월 27일엔 탱크보이를 먹고 있었다.


놀라운 평행이론에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6월 27일은 탱크보이를 먹는 날로 지정해야겠다.


까먹지 않게 달력에 표시해놔야겠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테니스를 치기 위해서는 화, 수, 목은 9시간 일을 해야 한다.


유연근무제의 장점을 한없이 살리긴 하지만 9시간 근무는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저녁 메뉴는 요즘 꽂힌 건강하면서 맛있는 대패 목삼겹을 사서 구워 먹었다.


역시 구운 고기는 매일 먹어도 맛있다.


대패라 빨리 구워지기도 하고 목삼겹 부위라 저렴하며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다.


상추에 고기를 올리고 쌈장과 와사비를 올리고 밥과 김치를 올린 후 커다랗게 한입 가득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음식은 순수한 맛으로 먹는 것도 있지만 입속에 들어가는 양에서 오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입속에 음식이 가득 찬 상태로 씹을 때 더 행복하다.


고기 500g을 사서 300g을 구워 먹고 남은 200g은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김치찌개 끓일 때 넣으면 딱이다.


잔반 없는 깔끔한 냉장고가 완성된다.




6월 28일 수요일



수영 속도를 늘리기 위해선 스트로크 보다 발차기가 더 우선이라는 정보를 보고 발차기 연습을 최대한 하려고 했다.


한동안 허리 디스크로 발차기를 차지 못했지만 이젠 발차기를 찰 수 있으니 짧고 많은 킥을 차려고 시도하면서 수영을 즐겼다.


수영 속도와 발차기 관련에 대한 영상에서 이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통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는데 그동안 고통을 너무 무시하고 살았나 보다.


더 잘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통을 견디자.



점심엔 '엘리트 세습' 책을 마저 읽었다.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 엘리트들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지 잘 나와있다.


프로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고되고 오랜 시간 훈련한다.


요리, 슈퍼모델, 셀럽 등등 그들은 그들의 지위와 능력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무슨 노력을 하고 있을까?'


능력주의 사회가 되면서 근로시간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주 30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주 50시간 일하는 사람들이 늘며 중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내가 지금 그 중간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가 가져온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자넨 지금 무얼 하는가.



건강하게 저녁을 먹고 싶다는 지현이의 주문에 고기와 두부를 넣은 간장 두루치기와 함께 내가 먹고 싶은 오동통 라면을 끓였다.


역시 내겐 오동통이 세상 제일 맛있다.


그리고 그냥 라면만 끓이기 보다 양파, 어묵, 고추 등등 여러 재료들을 넣고 함께 끓이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 내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살짝 무관심했는지 요즘은 사진이 먹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먹는 게 인생에서 큰 행복 중 하나이긴 하지만 살짝 반성이 된다.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도 많은데 너무 음식만 탐하지 않았나


하루하루 다른 건강한 의미들을 찾아보자.





6월 29일 목요일



3년 전에 수영을 위해 '하이드로테크 숏핀'을 샀다.


내 발이 300mm이기 때문에 300mm까지 신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사이즈로 샀다.


해외 배송으로 2주를 기다려 택배를 받아 신어봤는데 딱 맞아도 너무 딱 맞았다.


몇 번 수영장에서 사용해 봤지만 너무 딱 맞는 발에 발가락이 아파서 5분 이상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숏핀은 3년 동안 물 대신 먼지만 맞으며 구석에 박혀 있었다.


그러다 목요일 오리발 데이에 오리발을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 오랜만에 숏핀을 꺼내 살짝 늘려봤다.


오랜만에 신어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늘어나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살짝 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숏핀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살짝 걱정되는 마음으로 숏핀을 발에 착용하고 수업 시간에 몇 바퀴 돌아봤다.


2바퀴 까지는 괜찮았고 4바퀴까지는 참을만했으며 5바퀴에 숏핀을 벗었다.


좀 더 늘려야 하나보다.


상심과 희망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좀 더 늘려서 숏핀을 편안하게 사용해 보도록 해야겠다.



역시나 점심에 '엘리트 세습'을 읽었다.


이번 주 내로 이 책을 다 읽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

엘리트들은 자신의 엘리트를 세습하기 위해 자녀에게 돈이 아닌 능력을 물려주려고 한다.


학사 학위가 있는 부모 중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들은 고졸 미만인 부모의 2배 이상이다.


자녀를 미술관, 박물관, 역사 유적지에 데려가고 예술 강좌에 등록시키는 부모도 그보다 교육 수준이 낮은 부모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엘리트 세습 p.227

"



"

실제로 부유층은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대체로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할 뿐 아니라, 자녀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엘리트 세습 p.227

"



미국 기반인 통계 자료이지만 공감이 많이 갔다.


얼마 전 아빠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자녀의 지능이 평균적으로 더 높게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봤던 게 생각났다.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돈이 더 많으니까 자녀와 보낼 시간이 많은 거 아냐?"


하지만 엘리트들은 중산층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 시간을 가진다는 건 책 앞에 나타나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동 시간을 가지면서 더 많이 자녀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너무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엘리트들을 매도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능력 상속도 상속이다.


"

능력은 부모에게서 자녀로 계승되며 엘리트 가정의 왕조적 야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


상속에 대한 알지 못했던 관점이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많은 엘리트들이 능력 상속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 부모를 둔 서울대 자녀, 음악적 성취를 가진 부모 밑에 유명한 음악가 등등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사회가 되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승천하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두 가지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팀 회식이 있는 날이다.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2시간 조퇴를 썼고, 집에 주차를 하고 저 멀리 정부청사 근처에 있는 회식 장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학하 아일랜드에서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늦더라도 다음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회식 장소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늦는 걸 싫어하는 지현이가 어머님께 이야기해 나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버스 타고 가도 되고 어머님이 힘들어하실까 봐 나는 한사코 지현이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황송하게 아버님이 운전해서 오셨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지현이가 학하동에서 정부청사까지 회식 장소로 데려다주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감사하면서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게 늦지 않게 회식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쌈과 낙지볶음을 먹으며 회식이 시작되었다.


살짝 어색한 기류와 중간중간 들려오는 이상한 대화에 1차는 썩 재밌지 않았다.


별 관심도 없고 내용도 이상한 스페인 이비자 이야기는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1시간 40분 만에 2차로 이동했다.


배도 적당히 부르고 1차에서 소맥을 마셔 왔기에 2차에서도 소맥으로 달렸다.


대학교 이후로 처음으로 3,000cc 생맥주 피처를 시키는 것 같다.


정말 간단하게 안주를 먹으며 술을 홀짝홀짝 거렸다.


다행히 2차 근처에 앉은 사람들이 재밌어서 훨씬 재미있는 2차 술자리가 되었다.


건희의 충격적인 연애사 이야기를 듣고 10시쯤 지나자 급격히 피곤이 몰려와 집에 가고 싶었다.


갈 생각들을 하지 않았고 11시에 회식은 끝이 났다.


취한 사람도 있었고 알딸딸한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피곤한 사람도 있었다.


비가 왔지만 다행히 학하 아일랜드로 가는 택시가 잡혀서 12시 전에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신데렐라 SAFE




글을 쓰는 건 재미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이 글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많은 고민이 든다.


고통을 견디며 좀 더 과도기를 즐겨보자.


내친김에 글 양식도 변경해본다.


내용과 가독성 잡기란 언제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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