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ul 19. 2023

시간의 동일함 속에 다양함과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인생

6.23~25

6월 23일 금요일



금요일의 행복이라면 일찍 퇴근하는 삶이다.


수영 후 잠시 출근해서 두 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려니 마치 평일이 주말 같은 느낌이 든다.


수영 스타트 할 때 엉덩이를 좀 더 들고 나는 느낌으로 부드럽고 바르게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렵다.


유연성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아직 허리가 아픈 건지 모르겠다.


역시 해결 방법은 연습만이 살길이다.


10시 반에 퇴근해서 지현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과 졸리는 마음을 함께 품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진료 결과 다행히 플랜A보다 더 나은 플랜 B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고민 없이 플랜 B로 향했다.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과 가볍지만 무게가 있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우리가 좋아하는 햄버거 중 즐겨 찾는 '버기즈'로 향했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직장인과 일반인들이 있었고 대기 끝에 야외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간단하게 더블치즈 버거와 NO 감자튀김을 먹으며 나름 건강을 챙겼다.


탄단지 영양 성분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으며 맛도 있는 햄버거를 야무지게 먹으며 행복을 느꼈다.


오래간만에 탄방동 나들이를 하면서 얼마 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지현이 슬리퍼를 추모하고자 새로운 슬리퍼를 사러 갔다.


3만 원짜리 슬리퍼가 비싸다며 사기 싫다는 지현이를 억지로 끌고 가 손에 슬리퍼를 쥐여주었다.


어정쩡한 물건보다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이 더 오래 쓰고 마음에 정이 간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오랜만에 '못난이 꽈배기'를 사 와서 커피랑 함께 먹으며 화창하고 더운 날씨와 그렇지 않은 시원한 집을 즐겨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가지던 4시 간식 시간을 이어와 집에서도 간식 시간을 가졌다.



저녁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매콤한 걸 먹고 싶다는 지현이의 요청에 냉장고를 살펴봤다.


어머님이 주신 두부가 있었고, 김치도 있었으며 단백질 보충을 위한 참치도 있었다.


이걸로 두부김치를 만들자.


그리고 어머님이 두부와 함께 주신 싱싱한 전복이 있으니 전복 버터구이로 갑작스러운 더위에 지친 우리 몸과 마음을 보양해야겠다.


한 끼 뚝딱 완성되었다.


어느덧 신혼 약 3개월 차, 나가서 먹는 것보다 집에서 해먹는 게 훨씬 좋다.




6월 24일 토요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미처 자지 못한 잠을 포기한 채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향해본다.


집과 가까운 수영장이 없고 다니는 수영장은 차를 타고 20분을 가야 하기에 귀찮음이 더 클 수 있지만 애써 그 고통을 못 이긴 척 이겨본다.


수영을 하고 난 후 개운함과 도파민이 솟는 기분을 포기할 수 없어 잠도 포기한다.



사람이 많아 레인 안에서 여유롭게 수영하지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 틈을 찾아내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려고 해봤다.


왜 느린 사람들이 다른 초보 레인을 놔두고 오는지 모르겠다.


해외 수영장은 이런 수영 예절이 잘 지켜진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수영장은 실력별 레인을 표시해놔도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다.


이건 꼰대 문화일까? 나이가 불러온 잘못된 문화일까? 아니면 개인 이기주의일까?


수영을 하다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플립턴을 도는 아저씨가 있어서 꽤 많은 불편함과 기분 나쁨을 감내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플립턴을 하면서 나와 지현이를 몇 번이고 치고 지나갔다.


참고 참다가 지현이가 제대로 그 아저씨에게 가격 당하자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수영하는 아저씨를 불러 세워 이야기했다.


"저기요. 플립턴 하는건 좋은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턴할 때 조심해 주세요. 자꾸 부딪혀서 불편합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조심해달라고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아, 네. 근데 손에 패들을 끼고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큰 어이없음을 느꼈다.


손에 패들을 낀 것과 플립턴 할 때 조심해달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패들 끼고도 충분히 퀵턴할 수 있는데, 누구는 손에 패들 끼고 턴 안 해봤나?


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몇 번이나 계속 부딪히니까 사람 있을 땐 조심해서 돌아주세요."


또 변명하려는 아저씨의 말을 끊고 기어코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돌아섰다.


분명 플립턴 할 때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걸 본인도 느꼈을 텐데 사과가 아닌 말도 안 되는 변명부터 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후 조금 더 돌고 나서야 수영장에서 빠져나왔다.


토요일 도룡 수영은 TS와 겹쳐서 너무 붐비고 자유롭게 수영하지 못하기에 다음 주부터는 토요일은 다른 수영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점심으로 어제 먹다 남은 두부김치에 계란을 더해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어제 매운 걸 먹어서 그런지 오늘은 매운 걸 먹기 꺼려졌고 그래서 계란을 추가해 순한 맛으로 먹어봤다.


집에서 만들어 먹다 보니 항상 메뉴 결정이 하루의 큰 고민이 되었다.



거실에서 키우는 금전수가 또 새싹을 탄생시켰다.


얼마 전 두 개의 싹이 돋아났는데 며칠 안되고 또 한 개 돋아나는 싹을 보면서 금전수가 잘 크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무럭무럭 자라라.


이번엔 분갈이하지 않고 풍성하게 잘 키워보려고 한다.



토요일인 만큼 교외 카페로 나가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카페를 검색하던 중 '노이브로트'라는 공주의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다.


'노이브로트' 카페는 시골길을 굽이굽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 눈앞에 인사했다.


주변엔 논과 밭이 있었고 산들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속에 카페가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빵 굽는 향긋한 냄새와 함께 조용한 통창으로 보이는 따뜻한 시골 풍경에 한눈에 마음에 들어버렸다.


수많은 수제 빵 중에 겨우 한 개를 골라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막 만들어져 따뜻한 김을 몽글몽글 뿜어내는 빵(이름 까먹음)이 너무 좋았다.



창가에 앉아 책도 읽었다.


작년에 비해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책 읽기 너무 좋은 카페다.



이렇게 창밖으로 계룡산에서 이어진 산들이 보이고 푸른 잔디와 붉은 지붕이 곁들여져 아늑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는 읽고 있던 '엘리트 세습'을 읽었고 지현이는 '그릿'을 읽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서로의 책을 읽고 나서 우리는 각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만의 독서모임이다.


'엘리트 세습'의 원제를 해석하면 '능력주의의 함정'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전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함정과 폐해에 대해 잠시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능력주의가 가져온 소득 및 문화 격차와 우리 시대 엘리트들이 그 엘리트 지위를 세습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엘리트는 엘리트 나름의 고충이 존재하고, 능력만 있다고 해서 중산층이 엘리트가 될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의 자화상도 보여준다.


5년 전 읽었던 '그릿'에 대해 지현이에게 들으면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저녁으로는 대패 삼겹 목살을 사서 간단하게 구워 먹었다.


100g당 2,000원 정도 밖에 안 하며 빨리 구울 수 있고 맛도 있는 대패 삼겹 목살은 요즘 우리의 최애 메뉴이다.


고기는 언제나 옳았고 언제나 먹고 싶다.


가공식품들보다 이런 건강한 음식으로 식탁을 채워보자.



밤 10시 지현이가 집에서 갓 만든 가래떡을 가지고 왔다.


오늘이 지나면 꽁꽁 냉동실에서 얼어버릴 가래떡을 보고 있자니 10시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불쌍해서 안 먹을 수 없었다.


이런 핑계를 만들어내며 아직 따뜻한 가래떡을 두 개나 꿀에 찍어 먹었다.


가래떡의 고소한 맛에 10시의 죄책감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꿀의 달콤함과 함께 행복이 올라왔다.




6월 25일 일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한다.


오늘은 부산에서 동아리 동기인 이정호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학하 아일랜드에서 현충원역으로 이동해 다시 대전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서 KTX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이기도 하다.



나는 성심당에서 빵을 사고, 지현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있는데 지현이가 연락이 왔다.


카페에 이지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며 얼른 와보라는 것이다.


빵을 사고 가보니 정말 있었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인연은 언제나 신기하다.


부산으로 가는 길 잠시 잠을 청하며 조금이나마 이동의 피로를 감소하고자 했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뭔가 여행이라기 보다 일의 느낌이 물씬 풍겨 타지의 설렘이 있진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중학생 때 부산에 인체의 신비 전시회를 보러 온 이야기를 지현이에게 해주었다.


그땐 지하철 표가 종이 토큰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부산 지하철의 추억을 되뇌어봤다.



서울과 대전 멀리서 부산까지 이정호의 결혼식에 동기들이 모였다.


1년 사이에 벌써 동기 중 5명이 결혼했다.


작년엔 박동우, 최지성이 갔고 올해 2월에 나, 4월에 하마, 6월엔 이정호.


그리고 당분간 결혼할 사람은 보이지 않아 길었던 결혼 릴레이의 마지막이다.


1시 반 결혼식이라 미리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식전엔 미리 밥을 먹을 수 없다는 불친절함에 우리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이 식을 먼저 봤다.


유쾌한 결혼식이 진행되었고 4개월 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매우 정신없고 긴장된 그때가 말이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늦게 예매해 3시 45분 기차를 타야 해서 식이 끝나고 30분 만에 뷔페에서 점심을 허겁지겁 먹었다.


꽤 맛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즐기지 못한 게 살짝 아쉽다.


특히 오징어튀김이 정말 맛있었는데 2개밖에 못 먹은 게 제일 아쉬움이 커서 아직도 오징어튀김이 생각난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애들하고는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얼른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시간 맞춰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울산까지는 좌석 그리고 울산에서 대전까지는 입석인 기차표라서 칸과 칸 사이 입석 좌석에 쪼그려 앉아서 갔다.


긴 다리를 있는 힘껏 쭈구려 바닥에 시집을 깔고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입석 자리에 앉아 있으며 갑자기 이 문이 열리면 어떡하지? 하는 흔한 N의 상상을 해봤다.


'문이 열리면... 손잡이가 여기 있으니 여기를 잡고...'



다행히(?) 문이 갑자기 열리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여정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라면이 먹고 싶어 라면을 먹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동통'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우리 고생했다는 의미로 치즈와 함께 코냑을 부었다.


다음에 여행을 가게 되면 면세에서 꼭 헤네시 X.O를 살 것을 다짐하며 V.S.O.P를 잔에 따랐다.



이렇게 일주일이 또 지나갔다.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가고, 나의 인생은 다양하게 흘러간다.


동일함 속에 다양함과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게 인생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하루하루 시간만 잘 흘러가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