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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23. 2024

가족과 가족과 함께한 새해 첫날이 흘러간다.

1.1

2024년 1월 1일 월요일




2024년 갑진년 용의 해가 밝았다.


내가 용띠여서 그런지 용의 해라는 말에 괜스레 가슴이 설렌다.


36년 전 1988년 5월 20일 엄마의 산통과 탄생의 축복 속에서 광양의 한 병원에서 내가 태어났다.


가끔 광양 큰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저기 병원에서 나하고 작은누나가 태어났다고 말해주지만 아직까지 병원 이름은 모른다.


아무튼 벌써 내가 태어난 지 36년이 흘렀다는 말이다.


예전 나이로 치면 37살이고 윤석열 나이로 치면 35살이다.


2살의 간극이 너무 크지만 갑작스러운 나이 제도 변화로 그냥 1988년 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 편하다.


지난 내 36년 동안 내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큰일도 있었고 작은 일도 있었다.


어렸고, 어리석었고, 멍청했고, 우직했으며, 착했고, 나빴고, 수치스러웠고, 기뻤고, 행복했던 여러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쳐간다.



그리고 오늘 용의 해 아침 어제 음주와 피곤으로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미 새해 첫해는 하늘 높게 떠 있었지만 다행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일출을 보러 갈 생각조차 없었지만 일출을 보러 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엄마는 일찍 일어나 알아서 아침을 차려 먹었고 아침잠이 없는 준후는 홀로 앉아 심심해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큰누나와 작은누나 그리고 큰 매형과 작은 매형(진) 또한 자느라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지현이를 더 재우고 아빠 엄마에게 잘 잤냐는 인사를 건넸다.


새해 첫 음식은 떡국으로 정했기에 떡국을 끓일 준비를 했다.


사골 육수를 붓고 소고기와 야채들을 넣는데 뒤에서 엄마의 요리 보조가 시작되었다.


소고기는 참기름에 볶아야 한다, 만두는 왜 넣냐, 양파는 왜 넣냐 등등 엄마는 아직까지 나의 요리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나 보다.


하지만 엄마 눈에 나는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마냥 어린아이로 보이기에 그저 웃으며 엄마의 여러 말들을 흘러들었다.


자그마치 10인분의 떡국을 끓여야 하기에 그 양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만두 두 봉지를 넣고 엄마가 나 몰래 떡을 더 넣기도 하고 큰누나가 소금을 넣고 요리를 할 수 있는 온 가족이 합심한 떡국이 완성되었다.


다들 피곤하고 숙취도 있어 떡국 먹을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한 그릇씩 담아 살짝 늦은 아침을 먹었다.


가족이었지만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이었기에 이래저래 신경 쓰느라 정신없기도 했다.


다행히 떡국은 맛있었고 음식이 위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내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심한 술병에 걸린 매형과 작은매형(진)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었고 이미 잠에서 깬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쉼을 보냈다.


시댁 식구들을 챙기느라 지현이가 옆에서 제일 고생 중이다.


투정도 부리지만 묵묵히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며 미안하면서 고맙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대전에서 포항까지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가족들이지만 술병으로 인해 되돌아갈 시간은 지체되어만 갔다.


늦은 점심으로 그 많던 떡국도 다 먹어버렸다.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겨우 정신을 차린 매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술병이 나도 단단히 나서 물만 마셔도 토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 고통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살짝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예전의 나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었는데 그때 마신 술들이 내 평생 대부분의 술이었는지 그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은 술을 잘 찾지도 그리고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는다.


이게 다 36년을 잘 살아온 내공인가보다.


먼 길을 내려가야 하는 가족들이 인사를 하고 하나둘씩 차에 올라탔다.


언제나 가족과 헤어지는 시간은 약간의 슬픔의 조미료가 가미된 순간이다.


자주 보면 언성이 높아지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인지라 그 헤어짐의 시간은 마음이 쓰인다.


하나 둘 배웅을 마치고 나서야 지현이와 둘만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고생한 지현이를 다독여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든 시댁 만남을 아주 잘 그리고 무사히 통과했다.


우리 둘은 녹초가 되었고 가만히 누웠다.


어느새 해가 지면서 저녁이 찾아왔다.


새해 첫 날인 1월 1일이 이렇게 정신없고 빠르게 흘러간 게 믿기지가 않았다.


밤엔 지현이 집으로 넘어가 아버님 어머님과 지현이 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새해 첫 끼를 함께했다.


우리 집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적응하여 그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다.


가족과 가족과 함께한 새해 첫날이 흘러간다.


가족이 많아진다는 건 신경 쓸 일도 많아진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즐거움도 많아진다는 말 같다.


내일이 다시 출근이라는 것은 믿기지가 않지만 늘 그렇듯 출근을 해야 한다.


내일은 누적된 연휴의 피로로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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