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an 26. 2024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길을 가보자.

1.3


2024년 1월 3일 수요일



새해에 마음먹은 다짐들은 무른 두부처럼 뭉그러졌다.


출근과 동시에 휴대폰을 손에 들고 웹툰과 웹 소설을 보기 시작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한 요즘 푹 빠져있는 '절대 회귀'는 글이란 이런 것이란 것을 내게 보여주었고, 그 흥미로움에 두 눈은 빠질 듯이 휴대폰 액정을 쳐다봤다.


'아, 새 삶을 살겠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구나.'


다시 한번 인생의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집에 읽을 책들이 몇 권 남아 있지만 24년을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으로 추가로 책을 샀다.


순전히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라 내 용돈으로 책을 구매했다.


필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른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어느 책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책 속에서 추천해 준 고전 소설인 <고독한 군중>,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인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작가로서의 삶이 궁금해서 고른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총 4권이다.


우리 집 책장 속에 약 200권의 책들이 꽂혀 있지만 그 책들마다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 사연 없는 책은 없다.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모여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낼 그 순간을 기대해 본다.




아직 김영하 <검은 꽃>을 읽고 있다.


얼른 책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있어 빚쟁이에 쫓기는 심정으로 책을 빠르게 읽으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읽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읽었다.


저녁을 먹고 하염없이 무의미한 TV를 보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여 억지로 책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겼다.


딱 10분만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10분이 30분이 지났고 1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멕시코 농장에서 시작된 슬픈 조선인들의 인생을 보며 내가 그 시기에 살고 있었으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부당함과 폭력 속에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 현재를 고민해 본다.



1904년 11월 8일 하와이와 멕시코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조선인을 구하기 위해 윤치호는 황제를 알현했지만 황제는 아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국가와 왕조의 존망이 일본에 달려있는 현실 속에 다른 사건들이 귀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17일, 을사조약이 체결되었고, 대한 제국은 일본의 속국으로 전략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국인이라면 가슴을 치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검은 꽃>의 인물 중 하나인 '이정'은 '연수'를 만나기 위해 이정과 연수의 아들을 데리고 연수와 함께 살고 있는 '박정훈'의 이발소에 찾아갔지만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그가 처한 현실과 세상의 현실 속에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을 돌볼 수 없게 되었고, 박정훈은 사랑과 가족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부인 이정을 쫓아낼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 운명의 장난이 서글프다.



이정은 남아메리카에서 끝까지 투쟁을 벌이다 그렇게 숨을 거두게 되었다.


이정은 배우지 못한 채 팍팍했던 조선의 삶을 잊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멕시코 농장에서 일하는 배를 타고 멕시코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곳은 착취의 현장이었고 겨우 자유를 찾았으나 사랑을 잃었다. 이후 살아남기 위해 총을 손에 들었고 그 총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검은 꽃>에 나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소설보다 더 심한 대우와 착취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와 한 장 한 장 넘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마주해야 했고 등장인물들에게 볕들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책을 읽어나갔다.


20세기 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조선을 떠나 전 세계 어디서나 팍팍했고 삭막했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보상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도 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과거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고난에도 힘들어하고 좌절하곤 한다.


과거 조상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우스운 고난일지도 모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는 솔로몬 이야기 속에 나온 말과 같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난과 고통도 '이 또한 지나간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보자.





작가의 이전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인생이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