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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26. 2024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지만 나는 도구를 탓해본다.

1.5


2024년 1월 5일 금요일



오전만 일하고 퇴근했다.



집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한 번 들어오면 다른 동네로 나가기 힘든 학하섬(hak-ha island)이지만 안과 진료 후 운전을 할 수가 없어 버스를 타고 마실을 나간다.


지현이와 버스를 타는 건 오랜만이다.


다리가 길어 버스 의자가 불편한 나를 위해 지현이가 넓은 자리를 찾았고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평일 오후 학하동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가했고 그 한가함 속에 인스타에서 보던 버스 감성 사진 찍기에 도전해 봤다.


그 결과 썩 감성은 충만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 필름 카메라 사고 싶던 생각이 사라졌는데 최근 필름 카메라 생각이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올라오고 있다.


2년째 필름 카메라가 생각나는 것을 보니 정말 한 번 사보고 싶은 물건인가 보다.


플스 4도 2년 고민하고 샀었는데 필름 카메라도 2년 고민하고 살 것 같다.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고수가 아니니 도구를 탓해보려고 한다.



안과에서 스마일 라식 검사를 받았다.


대전에서 스마일 라식 유명한 곳이 둔산동 '밝은누리안과'라고 한다.


지현이도 거기서 라식을 받았고, 선영, 연주, 영태 등 주변 사람 모두가 밝은누리안과에서 라식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검사를 받는 내내 큰 수술을 앞둔 사람처럼 가슴이 떨렸다.


다행히 스마일 라식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각막 두께와 동공 크기를 갖고 있었다.


시력이 나빠 각막을 120 깎아야 한다고 해서 각막강화술까지 추가했다.


한 번에 유럽 비행기 2인분의 돈이 나가게 생겼다.


새 눈을 가지는 설렘과 눈 수술이라는 큰 부담감과 두려움이 동해안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철석 철석.



동공 확장 안약을 넣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물건은 안개처럼 뿌옇게 보였고 그나마 멀리 있는 풍경은 살짝 보였다.


바뀐 시야에 이것이 바로 노안이구나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노안 체험 중이다.



점심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쉑쉑 버거를 먹기 위해 갤러리아로 들어갔다.


파이브 가이즈, 다운타우너 등등 여러 버거들을 먹어봤지만 나는 쉑쉑이 가장 맛있다고 느껴진다.


촉촉함과 그 속에 숨은 건강함이 이것이 햄버거라는 것을 말해준다.


서울에서 먹었던 다운타우너 버거가 갤러리아에 생겼다는데 다음엔 다운타우너 버거를 먹으러 가봐야겠다.


햄버거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다.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내 꿈은 요리왕이다.



'카페 1968'을 찾아갔다.


1968년도에 지어진 집을 카페로 개조해서 1968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장에 오래된 나무 기둥이 있는 것을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추위를 녹여보았다.


'핫초코 미떼'


괜히 핫초코 광고 문구가 떠오르는 건 아마 겨울이라서 그런 거겠지.



어머님 생신을 축하해 드리기 위해 잡채를 한 트럭 만들었다.


잡채는 만들기 쉬운 요리다.


우선 당면을 물에 불려놓는다.


양파, 당근, 파프리카를 채 썰어 가지런히 놓는다.


잡채용 돼지고기를 준비한다.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양파와 당근을 팬에 넣어 볶는다.


양파와 당근의 단 냄새가 올라오면 고기를 넣고 후추와 미림 등 밑간을 하며 함께 볶는다.


금방 익는 파프리카는 고기가 다 익을 때쯤 넣어 함께 볶으며 간장을 추가한다.


당면을 물에 삶고 삶은 당면에 볶은 야채와 고기를 넣어 다시 볶기 시작한다.


다 볶아진 잡채 위에 통깨를 뿌린다.


끝.



재료 손질이 살짝 귀찮긴 하지만 잡채가 쉽게 완성되었다.


'참 쉽죠?' (밥 아저씨 ver.)


내가 볶아온 잡채와 영태가 튀긴 치킨이 어우러져 포트럭으로 준비된 어머님 생신 파티가 시작되었다.


배가 너무 불러 후식이 들어갈 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새해 초반부터 훈훈함이 가득해 추위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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