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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29. 2024

낭만은 숨겨져 있지 않고 항상 우리 옆에 있는 것이다.

1.6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언제나 1월 6일이면 입대를 하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포항에서 춘천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 대구에 들러 작은누나 자취방에서 엄마와 작은누나와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빡빡 깎은 까까머리를 하고 슬픈 두 눈으로 대구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102보충대 앞에서 목으로 넘어가지도 않는 춘천 닭갈비를 입속에 욱여넣으며 입대의 현실을 애써 부정했다.


입소 시간이 다가왔고 군대를 잘 갔다 오겠다는 말을 건네며 가족들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슬픈 두 눈을 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슬프지만 울지 않는 엄마와 엄청 울고 있는 작은누나의 모습을 보았다.


군대라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 벌벌 떨었던 어린 22살이었다.


지금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좋은 추억이 되었지만 매년 1월 6일이면 입대 그날이 생각난다.



아침 일찍 아버님 어머님과 처가 식구들과 함께하는 제천 포레스트 리솜 여행을 떠났다.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 먹는 건 고속도로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포레스트 리솜 앞에 '경은사'라고 산 중턱에 아름다운 작은 절이 있어 잠시 내려 한 바퀴 둘러보며 구경을 했다.


수양 중이라 대웅전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작은 암자는 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바람 소리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마음의 안식을 찾아주는 듯했다.



숙소가 매우 좋았다.


운치 있는 방안 모습에 우리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구경하느라 바빴다.


이런 별장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이것저것 많은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 풍경을 더 좋아하는 걸 보니 나는 영락없는 시골 사람인가 보다.


정리를 마치고 영태가 가져온 노래방 기계를 연결해서 포레스트 리솜 노래자랑 한바탕이 열렸다.


너도나도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신나는 파티 현장이었다.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내 결혼식 축가 빼고...)


한때 하루 3~4시간씩 노래를 불렀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노래와 많이 멀어졌다.


언젠가 다시 친해지겠지.



그리고 포레스트 리솜 안에 있는 '몬도 키친'에서 저녁을 먹었다.


1인당 89,000원으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사람들의 평을 보니 가격 대비 퀄리티가 매우 좋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함께 가보기로 결정했다.


뷔페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퀄리티가 하나같이 뛰어나서 다른 뷔페보다 더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탕수육이 아주 맛있어서 세 번이나 담아 먹었다.


두 접시를 넘어가자 배부름을 느끼는 내 배가 그저 원망스러웠다.


조금 더 먹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함에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한창 잘 먹던 20대에는 뷔페에서 5접시는 거뜬하게 먹었는데 말이다.



다들 배가 불러 걸어서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서 별을 보았다.


쏟아지는 별들 아래 서 있는 기분은 입을 벌린 채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 별자리만 알아보았지만 별들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별이 우리 위로 쏟아지고 있는 밤이었다.



축하 샴페인을 터트리고 내가 준비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큐시트를 넘기며 퀴즈 게임이 시작되었다.


상금이 걸려 있어 모두들 목이 터져라 버저를 외쳤고 뜨거운 열기에 방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상식 퀴즈, 네 글자 이어말하기, 자음 퀴즈, 몸으로 말해요 그리고 윷놀이까지 이어진 게임이 끝이 나고 순위가 정해졌다.


다들 재밌어해서 내가 다 뿌듯했다.



밖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기분이 낭만적이었다.


낭만은 다른데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옆에 있는 것이었다.


눈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눈이 왔으니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그렇게 고양이가 탄생했다.


사막 여우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저것은 고양이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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