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an 30. 2024

지금 나는 행복의 큰 심호흡을 들이켜본다.

1.8


2024년 1월 8일 월요일



최근에는 고전 소설에 빠져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대학생 때 이 책을 읽었었지만 그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게 된 책이다.


표지의 강아지는 책 속에 등장하는 '카레닌'인 것 같다.



2024년 첫 책이다.


올 한 해는 분기당 10권씩 읽어 총 40권을 읽는 목표를 세웠다.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지금부터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독서 리뷰가 시작된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니체와 니체의 사상인 영원회귀에 대해 그나마 알게 되었기에 니체가 인용된 이 글이 매우 반가웠다.


그리고 그 해석함에 있어서 결국 영원 회귀는 우리 인생은 화려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보석과 같지 않고 그저 몽돌 해변의 한 몽돌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몽돌 같은 우리 인생은 존재 하나로는 큰 의미가 없다.


수천수만의 몽돌이 모여 해변가를 이루었을 때 몽돌 해변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결국 우리는 거대한 우주 속 먼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돌 해변을 이루는 첫 번째 몽돌, 두 번째 몽돌, 세 번째 몽돌... 모든 몽돌이 필요하기에 몽돌이 가진 중요성은 관과 할 수 없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애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벼움은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한 표현이다.


그리고 책의 앞 부분에서 그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삶은 가볍다.


그 가벼움 속에 우리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을 읽으며 파헤쳐 보자.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테레자가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토록 기겁을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밤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더니 자신이 알지 못했던 행복의 향기를 들이마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이 정사를 나누는 목적은 관능성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잠에 있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바람둥이고 한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며 절대 다른 여자와 잠드는 건 꿈에도 못 꾸는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고 함께 잠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자신이 알지 못했던 행복의 향기를 들이마셨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간단한 표현으로도 충분한 감흥을 줄 수 있는 한 문장이 가진 힘이 느껴졌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앞에 적은 글과 연관되는 글이다.


정사는 사랑 없이 가능하지만 정사 후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은 사랑을 포함하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정의했을 때 과연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마냥 좋은 느낌, 그 사람을 매일 보고 싶은 기분, 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사랑을 표현하기엔 사막 속 모래알 한 알 같이 느껴져 그 거대함과 위대함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함께 잠들고 싶은 동반 수면의 욕망이라는 표현 한 줄에 나는 바로 공감이 되었다.


특히 결혼을 하고 나니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와닿게 되었다.


함께 밤을 보내고 잠에 들고 자면서 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나도 몰래 방귀를 끼기도 하고 심한 몸부림을 치는 모든 행동을 받아주며 함께 한 침대, 한 이불을 덮고 잠들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사람과 함께 매일매일 잠에 들고 있다.


thanks. 다람지니.



"토마시는 그 새끼들 중 하나를 골라야만 했고 그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는 죽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중략) 그는 테레자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강아지를 껴안고 가슴에 비볐고, 강아지는 곧바로 그녀의 블라우스에 오줌을 쌌다."




강아지 이름은 '카레닌'이다.


책의 표지에 나온 강아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강아지는 테레자 블라우스에 오줌이라는 영역 표시를 하며 테레자와 땔 수 없는 소중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글쓰기 명언 중 유명한 말이 있다.


'소설 속에 총이 등장하면 그 총은 반드시 발사될 것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것들은 아무 의미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을 알고 책을 읽는다면 책이 좀 더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그 술집에 토마시가 있었다는 것은 테레자에게 있어 절대적 우연의 발현이다."




결혼을 해보니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더라.


'결혼할 인연이 있다.'


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기 위해선 수만 가지의 우연이 겹쳐 일어나야 한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수백만 가지의 선택 끝에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그 순간이 이어져야 하고 서로 통하는 우연의 순간이 필수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만약 내가 스토리를 올리지 않았고 지현이가 그것을 보지 않았으며, 마침 내가 할 일이 없어 회사 사람들이 둔산동에 놀러 갈 때 따라가지 않았고 떡볶이를 먹지 않았다면 지현이의 존재는 영영 내 인생에서 묻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현이가 마침 사피엔스 채게 관심이 없었다면 그리고 내가 카페를 가자고 했을 때 가지 않았다면 또한 함께 책을 읽기 않았다면 지금의 나와 지현이는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엄청난 인연을 가장한 우연이 우리에게 다가온 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 사랑에 빠졌고 함께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우연이란 우주 만물을 통틀어 가장 대단한 것일 수도 있다.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우연의 산물이자 선물인 지현이의 요청에 바로 떡볶이를 만들어 대령했다.


떡볶이란 본디 탄수화물이 더 많은 음식이라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두부를 넣었다.


함께 있는 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니체의 영원 회귀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인생은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행복이란 공기와 같아서 언제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우리는 쉽게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의식적으로 깊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공기가 우리 몸속으로 미끄럼 타듯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다.


행복도 그렇다.


의식적으로 주변을 맴도는 행복을 느껴야 그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


지금 나는 행복의 큰 심호흡을 들이켜본다.






작가의 이전글 즐거운 여행 한바탕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