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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30. 2024

공통의 주제 속에 유대감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1.9


2024년 1월 9일 화요일



나는 24층에 살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고도가 높으면 중력이 약해져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분명 내 시간은 느리게 흘러야 하지만 벌써 한 해의 9일이나 지났다니 믿을 수 없다.



회사 앞 도룡동에 '코너스톤H'라고 분위기 있으며 값비싼 카페가 하나 있다.


점심시간에 지현이와 산책할 때마다 날이 좋은 날 꼭 코너스톤H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이야기했는데 1년이 넘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곳이라는 걸 충분히 잘 알지만 커피 한 잔 가격이 9,000원 정도 했기에 가격의 부담감에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막연하게 가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카페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김재린이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를 데리고 코너스톤H 카페에 갔다.


첫 방문이라 눈이 소만큼 커져서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아늑함과 알게 모를 블랙톤의 인테리어가 괜히 고급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 비싼 커피값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인테리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주문하면 크림 브륄레가 공짜로 따라온다.


사실 커피와 디저트 값으로 9천 원을 쓴다고 생각하면 커피가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일본 유명 프리미엄 원두를 쓴다고 하는데 커피에서 나오는 풍미가 후광 효과 때문에 괜히 멋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촌사람 티를 내지 않겠다는 듯 최대한 유연한 척 여유의 가면을 착용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종이 청첩장과 함께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아름다운 사진과 청첩장을 보며 결혼을 미리 축하해 주었다.


종종 결혼 준비에 대해 셋이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기에 오늘도 결혼 준비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나고 보니 결혼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끊임없이 돈을 쓰는 기분은 20만 원 더 쓰는 건 돈도 아닌 듯이 느껴지기도 했다.


공통의 주제 속에 공통의 유대감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카톡 프사를 바꾸려고 이사진 저 사진을 뒤적거리다 결국 파리 여행 사진을 선택했다.


역시나 파리, 또다시 파리였다.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하는 뒷길을 걷는 모습을 보며 약 1년 전 일이 마치 어제 일인 듯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날의 분위기, 추웠던 공기, 익숙하지 않은 환경들이 우리에게 낭만을 가져다주었기에 우리 뇌리에 파리는 그저 빛이었다.


그래서 유독 우리는 파리 예찬을 설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가고 싶은 그곳에 또 가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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