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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6. 2024

선생님 테니스가 치고 싶어요.(ver.슬램덩크 정대만)

1.21


2024년 1월 21일 일요일





'선생님 테니스가 치고 싶어요.'(슬램덩크 정대만 ver.)



정대만이 농구를 하고 싶어 한 그 간절했던 마음만큼 나도 테니스가 너무 치고 싶었다.


영상을 보며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지만 그래도 실제로 치는 테니스만 한 것이 없기에 큰 마음먹고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에 벽치기 할 만한 공간이 없는지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녔다.


중간에 배가 아파지며 급한 신호가 찾아와 복귀를 결정했지만 그래도 내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리턴볼을 사용하면 테니스 자세가 망가진다며 되도록이면 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무런 대안이 없었고 결국 아파트 한구석에서 홀로 리턴볼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근 한 달 만에 잡아본 라켓과 라켓에 맞고 날아가는 테니스 공의 감감에 내 몸속 아드레날린은 점점 날뛰기 시작했다.


아직 폼이 죽지 않았다는 기쁨과 공을 맞혀 원하는 곳으로 계속 보내는 감각은 상쾌했다.


한 시간여 실컷 치고 나니 한 겨울이었지만 땀은 범벅이 되어 흘렀고 기분 좋게 테니스 맛보기를 할 수 있었다.


먹어본 맛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테니스 맛을 알아버렸고 다음엔 혼자 벽치기라도 하러 가야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주말의 여유로움 속 아버님 어머님이 논산 한 동네인 연산에 가신다고 하길래 우리도 나들이 갈 겸 논산으로 떠났다.


점심으로 논산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팔복순대'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기로 했다.


따뜻한 김이 펄펄 나는 뚝배기 속에 국밥이 한가득 담겨 나왔다.


사골 베이스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 내 취향이었고 뜨거움을 참고 호호 불어가며 허겁지겁 국물을 퍼먹었다.


지현이가 주문한 곱창 칼국수도 칼칼한 게 맛있었고 함께 주문한 껍데기를 머금은 모둠 수육도 맛있었다.


맛있다 말고 다른 표현을 생각하고 싶지만 정말 맛있었기에 맛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살짝 아쉽다.


다음에 논산에 오게 된다면 한 번쯤 더 가봐도 좋을 곳이다.




부른 배를 이끌고 탑정호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고 우리도 많았기에 자리가 있어 보이는 아무 곳을 찾아갔다.


카페엔 휴가 나온 군인 가족도 보였고 연인들도 보였다.


다들 주말을 즐기러 나왔나 보다.


호수가 잘 보이는 '뷰포인트' 카페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한껏 여유를 맛보았다.


호수에 떠다니는 미운 오리 새끼처럼 보이는 까만 오리도 마주했다.


까만 오리를 보며 저 오리가 미운 오리 새끼처럼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검은 오리가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또 다른 까만 오리가 있는 것을 굳이 지현이가 지적해 내 감성을 와르르 무너트려버렸다.


 까만 오리든 하얀 오리든 무엇이 중요할까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탑정호에서 세종 코스트코로 이동하는 P 같은 일정이 새로 생겼다.


정말이지 세종 코스트코는 주말에 몰린 사람들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주차도 힘들고 구경도 힘들어 다음엔 안 갈지도 모르겠다.


카트는 한 개였고 장을 보는 사람은 7명이어서 다들 한곳으로 뭉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쇼핑을 했다.


나는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을 한 병 사고 이전부터 한 번 사서 시도해 보고 싶었던 코스트코 소고기 한 덩이를 샀다.



엄청난 정신없음에 몸과 마음은 피곤을 느꼈지만 집으로 돌아와 바로 고기 손질했다.


살치살이 3kg에 9만 원밖에 하지 않았고 이는 곧 100g에 3,000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흘끔흘끔 봤던 유튜브 영상을 떠올리며 고기에 붙은 지방과 근막 덩어리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칼을 새로 갈고 의외로 잘 잘리는 지방 덩어리들을 제거했다.


생각보다 고기 손질은 어렵지 않았다.


흰색의 지방들이 사라져가고 고기의 선홍빛이 얼굴을 내미는 모습에 나름의 희열이 느껴졌다.


'엄마, 나 이런 거 좋아하나 봐.'


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지현이를 소파에 앉혀두고 신나게 해제쇼를 벌였다.


처음이라 미숙함이 있어 지방과 함께 약간의 살코기들이 잘려나갔지만 나름 잘 손질을 마쳤다.





그렇게 탄생한 살치살이다.


크기 조절에 약간의 실패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손질에 플레이팅을 하니 제법 모양새가 났다.


캠핑 장비에 파묻혀 잠들어 있던 그리들을 깨워 우리 집에서 고기를 한가득 구워 먹었다.


다음엔 살치살 말고 다양한 부위들이 있는 다른 고깃덩어리를 사봐야겠다.


그리고 그 고기는 코스트코가 아닌 좀 더 한적하고 익숙한 트레이더스에서 사야지.


새로운 요리 재미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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