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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y 20. 2021

내 주머니 속의 동전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작은 동전 하나

짤그락- 짤그락-


어릴 적 주머니 속에 조그마한 내 다섯 손가락 사이에서 움직이는 동전들을 만지작거리면 나는 왠지 모르게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10원, 50원, 100원 그리고 500원의 다양한 동전들이 내 손위에 펼쳐지면

과자도 살 수 있었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었고, 갖고 싶던 장난감도 모두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작았고 그때는 매우 많아 보였던 용돈을 아끼고 아낀 후 차곡차곡 모아 주머니에 동전들을 한가득 넣고 장난감을 사러 뛰어가는데 동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점점 흘러내리는 바지를 부여잡고 해맑게 미소를 지었었다.




그때는 그랬다.

10원이 더 있길 바랬고, 놀이터 흙속에 숨겨져 있다가 반쯤 보이는 10원을 보고 마치 심마니가 된 듯 기뻐했다.


클 대로 커버리고 알 것을 다 알아간 지금은

동전은커녕 주머니에 현금도 잘 들고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길을 걷다 우연히 정말 우현히 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이라도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가더라도 굳이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10원을 줍는다.


10원에 붙은 흙먼지 들을 불어내며

예전엔 이 10원이라도 더 있길 바랬던 어릴 적을 떠올리며 잠시 풋풋한 행복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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