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조치원으로 향한다.
세종과 조치원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시골 마을 속 부대 앞에 연주를 내려준다.
요즘 시대 고무신을 신었다는 것은 내가 알던 시절과 너무 달라 그 다름 속에 재미를 느끼곤 한다.
그렇게 한순간에 학하동에서 멀리 떨어진 세종과 조치원 사이에 위치하게 되면 우리는 그다음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우선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으러 가보자.
여름의 더위 속 메밀 소바가 생각났다.
주차를 어디에 할지 몰라 뱅글뱅글 돌던 중 겨우 주차를 하고 나서 가게로 들어갔다.
주말의 점심이었지만 손님은 많지 않았고 우리는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 바람이 잘 불어오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밀 소바를 먹으러 왔지만 재료가 없다는 말에 덮밥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대창 덮밥 그리고 지현이는 아보카도 연어 덮밥을 주문했다.
맛도 있고 정갈한 한 상이 나왔다.
원하는 바를 이루진 못했지만 근본적인 맛있는 밥을 먹자는 목적은 달성했으니 스스로 미션 성공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외각에 있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통창이 매력적인 '아크 커피'라는 곳이었다.
커다란 나무와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곳곳에 놓여 있는 색감 있는 자리가 포인트가 되는 매력적인 카페였다.
바나나 케이크가 신기해 시켰지만 생각보다 우리 입맛과 어울리지는 않았고 커피는 괜찮은 곳이었다.
우리는 책도 읽고 이야기도 했으며 부부의 알콩달콩한 따뜻한 시간을 서로 나누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서로의 사진을 담아주었다.
연애 때는 서로 사진을 남겨주느라 앨범이 가득 차고 있었지만 결혼 후엔 인물 사진보다 음식 사진이 더 많아졌다.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사진으로 그리움을 간직하기 보다 24시간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뺨을 비빌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처럼 오랜만에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부부가 아닌 연인의 기분을 내어보니 기분이 향긋해졌다.
나의 이상한 포즈에도 언제나 한결같이 재밌다며 지현이는 웃어주었고,
지현이의 어색한 포즈에도 나는 이쁘다며 엄치를 치켜세워주었다.
서로의 어설프고 부족한 모습에 환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부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부부였고 부부였지만 연인이었고 서로의 사과나무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