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Oct 27. 2024

오늘도 이렇게 '아보하'가 흘러간다.

비가 내리고 있다.


더위를 식혀줄 비인지 아니면 더 무덥게 만들 비인지는 모르지만 비가 내리고 있다.


부디 더위를 한 꺼풀 벗겨주었으면 좋겠다.



웹 소설에서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연주했다는 문장을 읽었다.


겨울의 혹독함을 잘 표현했다는 글과 함께 주인공의 바이올린 실력을 극찬했다.


순간 '사계 중 겨울'이 어떤 음악인지 궁금해졌다.


없는 게 없는 유튜브에 들어가 비발디 사계를 검색했고 가장 먼저 뜨면서 유명해 보이는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사계를 들었다.


가만히 사계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차분해지며 좋아졌다.


사계는 우리가 흔히 잘 안다고 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지만 실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악장을 구별하기 어렵다.


각각의 악장마다 계절을 표현하는 멜로디가 너무 명확하지만 클래식과 친하지 않아 그저 우리 귀에는 익숙한 음악으로 들릴 뿐이다.


비발디 사계에서 각각의 계절을 표현한 설명과 함께 집중해서 음악을 감상해 보니 사계가 가진 매력에 금방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사계만 반복해서 들었다.


사계 LP까지 검색해 보았다.


클래식의 매력에 잠시 빠져드는 중이다.


기영이가 해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을 그려주었다.


행운이란 손에 잡을 수 없고 잡더라도 그것이 행운인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은데 이 부적으로 인해 더 많은 행운이 들어올 것 같다.


포스트잇에 그려진 부적이 신통방통할지는 모르지만 그 의미만큼은 효과가 있길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행운에 둘러싸여 있다.


다만 그것이 행운인지 잘 모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잘 일어나는 것도, 출근을 무사히 하는 것도, 음식을 먹고 탈이 나지 않는 것도 모두 행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로또나 복권 같은 엄청난 일에 당첨되는 것이 행운이 아니라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는 것이 진정한 행운이 아닐까.


물론 로또 당첨을 원하지만 하루하루 무사히 보내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가 우리 인생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도 이렇게 '아보하'가 흘러간다.



먹을 게 없을 때 간단하게 만들어 맛있게 먹는 것이 떡볶이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떡볶이의 매력을 한 개 더 추가해 본다.


언제나 이때 즈음이면 지현이가 요청한다.


'오늘은 매콤한 것이 먹고 싶어.'


마님의 요청을 받은 돌쇠 셰프는 머리를 굴린다.


'과연 어떤 매콤한 음식을 해야 마님의 입맛을 충족시킬까.'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식재료를 떠올리다 오늘의 매콤한 요리로 떡볶이를 만든다.


떡볶이는 실패 없는 매콤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오늘도 실패는 없었고 우리는 맛있게 떡볶이를 먹었다.




쌀농사를 지으시는 아버님 어머님 덕분에 질 좋은 쌀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집 안에 쌀이 떨어져갈 즈음 이렇게 쌀을 받아온다.


꽤 무게가 나갈 텐데 그 쌀을 지현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번쩍 혼자 들어 올린다.


보통 다른 사람이었다면 무겁다고 낑낑댔을 텐데 지현이는 마치 두부인 양 들고 걸어간다.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게 보여 혼자 뒤에서 감탄을 해버렸다.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매력 속에 오늘도 허우적대는 중이다.


지현이의 힘 언제나 잘 부탁해.





이전 18화 흐린 여름엔 블로그를 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