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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Oct 27. 2024

흐린 여름엔 블로그를 써.

2024년 6월 29일 토요일


나의 주말은 테니스를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테린이가 되기 전에는 주말엔 수영으로 아침을 깨웠다.


가을바람 같은 시원한 물살이 내 몸을 쓸고 지나가며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수영의 매력은 이것이다.


테니스는 수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다가온다.


라켓으로 공을 맞힐 때 '팡'하는 소리와 함께 나아가는 공을 보며 엔도르핀이 치솟는 쾌감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풀린다.


테니스라는 새로운 재미에 빠져 주말엔 테니스를 치기 위해 시간을 만든다.


충남대 테니스 코트장에서 테팔 모임 사람들과 2시간 동안 테니스를 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아직 6월인데도 불구하고 더운 햇볕과 날씨에 곧 다가올 여름이 두려워지긴 한다.


테니스를 함께 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조금 더 잘 치고 싶고 조금 더 많이 치고 싶다.



흐린 여름엔 블로그를 써.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bgm. 김광석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 노래를 좋아했다. 


아직도 김광석 노래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가 아닌 좋아했다는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아련함을 얹고자 하는 짧은 마음이 아닐까.


천재 음악 시인 김광석을 일컬어 우리는 각 세대의 공감대를 노래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20대 초반엔 그냥 노래를 들었을 뿐 이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 시절 유명한 노래인 '이등병의 편지'를 군대 가기 전에 들으면서도 내 마음속에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


아마 20대 중반이 되었을 무렵일 것이다.


혼자 동아리방에 앉아 기타를 들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노래를 부르던 중 갑자기 가슴이 저려오면서 너무 슬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채 뒤 소절을 부르지 못하고 가만히 멈춰버렸다.


무엇이 슬픔에 잠기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언제나 청춘일 줄 알았던 그 시절이 지나가고 있는 현실이 내 이야기인 것 같았는지도 모른다.


그 뒤로 한동안 서른 즈음에를 부르지 못했다.


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노래 가사 속에 담긴 이야기가 가슴속으로 전해진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유부초밥에 스팸을 넣은 요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밥이 질어 그 사이에 스팸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 유부초밥과 구운 스팸을 곁들이는 요리로 방향을 틀었다.


스팸이 밥 속에 있냐 아니면 독립해서 따로 있냐 그 차이 속에 있었고 맛은 변함이 없었기에 그냥 스팸을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냉장고에 외롭게 남은 애호박과 깻잎들이 심심해하지 않도록 함께 전으로 만나게 해주니 즐거운 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토요일을 자축하는 의미로 와인을 열어보았다.


오랜만에 술이라 취기가 신호위반을 하며 빨리 찾아왔지만 그 또한 즐거움 중 하나였기에 애써 막지 않았다.


오는 것 막지 않고 가는 것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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