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1일 금요일
날씨가 좋아 놀러 가는 날은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특별히 조금 멀리 떠나 공주로 떠나보기로 했다.
동학사로 향하는 고가도로가 새로 생겼지만 오늘 처음 그 길을 가보기도 하고 동학사로 가는 길 옆으로 빠져 쭈욱 가다가 나오는 어느 한 카페로 향했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적었고 여유롭게 자리를 잡은 후 우리는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앉아서 수다를 주고받았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순간에 온도가 좋았고 햇볕이 따스했으며 즐거운 데시벨의 웃음소리가 소프라노처럼 널리 퍼졌다는 것뿐이다.
카페 앞에서 치명적인 척하는 멍청한 표정도 지어보았다.
사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연주 덕분에 우리도 사진을 한 장씩 남길 수 있었다.
결혼 후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잘 남기지 않게 되었다.
서로 놀러 가도 그 순간을 즐기고 노는데 집중했고 인물 사진을 찍을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왜 어른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본인들의 사진이 몇 장 없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물 사진에 흥미가 떨어져 인생 샷과 멀어지는 것을 보니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가 보다.
카페에 갈 때면 언제나 똑같은 준비물을 챙겨간다.
검은색 메르시 에코백 속에 책 한 권과 그리고 나의 신상 물품인 맥북과 가죽 케이스.
모두 다 사연이 깊은 물건들이라 내가 많이 좋아하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밀린 블로그를 5개나 쓰기도 했다.
한 번 쓰면 잘 쓰게 되는데 그 한 번이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갑자기 나의 예전 좌우명이 생각난다.
대학생 때 세운 나의 잊어버렸던 좌우명.
'생각과 행동의 시간 차이를 짧게 하라.'
우리가 해야 할 이유는 하나인데 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천, 수만 가지로 불어난다.
그래서 안 할 이유가 더 불어나기 전에 해야 한다.
하우스 밖으로는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을 그려내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천천히 떨어지는 붉은 해는 긴 파장의 붉은빛을 뿜어내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골든 타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대는 붉다 못해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이다.
붉고 금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물이 찰랑이는 논 위에 부딪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괜히 가슴이 순두부처럼 연해져 몽글거린다.
이런 순간들로 채우는 하루는 기분이 좋아진다.
더 나의 순간들을 찬란하게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