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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Oct 27. 2024

밤이 찾아오지 않은 이른 하늘에 초승달이 높게 떠 있다

2024년 6월 11일 화요일



"개인이나 집단 또는 국가가 다른 개인과 집단 및 국가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는 작은 차이에 대해 갖는 긍지를 가리켜 프로이트는 '근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렀다. 한계적 특수화는 이처럼 어떤 긍지를 불러일으키며, 베블런이 말하는 것처럼 '불쾌한 차별'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염두해 두고 있는 현상은 '긍지'라기보다는 불안이며, 공공연한 경쟁심의 노출보다는 베일게 감춰진 경쟁이다."




작가가 '한계적 특수화'라고 이름 붙인 타인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만족감은 우리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회피 동기'가 생각났다.


근소한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무언가로 인해 만족을 느끼기보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고 나는 가지지 못한 기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을 설명하는 글이 회피 동기 작동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과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적 특수화는 다른 의미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어둠 속의 경쟁으로 우리를 몰아낸다.


한계적 특수화 또는 근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을 깊게 살펴보면 이것들이 우리 인생에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같은 차이를 결국 긍지로 보는 것이 아닌 불안으로 보게 되어 우리를 더욱 불안으로의 회피로서 차이를 좁히도록 험한 길로 몰아세운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우리를 우리 인생이 아닌 타인과 비교하는 인생으로 몰아낸다.




"누구라도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면 그만큼 잘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지향형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권한이 어떤 실제적인 또는 가상적인 승인자 집단의 손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의 성격이나 소유물, 재능이나 집안 또는 업적 따위는 그 자체로선 아무런 평가대상이 되지 못하며, 오로지 그것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것만이 유일한 평가 자료로 된다는 점이다. 친구를 사귀는 것, 그것도 좋은 친구를 가려 사귀는 것이 곧 훌륭한 일이다. 이는 '인정한 사람은 더 많이 인정해 준다'라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인정욕구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단순히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좋지 않은 증상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타인지향형 사회에서는 나의 인정보다 타인이 얼마나 나를 인정하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의 성격, 재능 또는 업적 자체가 가진 의미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는지가 더 중요하게 되도록 의미가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스스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타인의 인정보다 나의 인정을 조금 더 신경 쓰자.



밤이 찾아오지 않은 이른 하늘에 초승달이 높게 떠 있다.


보라색으로 산란되어진 빛들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인간은 빛이 가진 여러 빛들 중에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빛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 적외선, 감마선 그리고 가시광선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시광선은 파장 중에서 매우 짧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두 눈으로 여러 빛들 중 매우 짧은 가시광선 밖에 보지 못하는 이유가 우주 관점에서 매우 작은 우주 먼지인 인간의 존재를 특정하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짧은 시간을 사는 것에 안타까워 가시광선이 만들어내는 오색찬란한 색을 누리며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가라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들만 보기에도 인생이 부족한데 굳이 불편하고 좋지 못한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더욱 좋은 것들과 좋은 생각만 하고 살자.





수박을 조각내어 통 안에 한가득 채워 놓으면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수박 한 통으로 온 여름을 다 보낼 수만 있을 것 같은 자부심이 생긴다.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수박을 한입 가득 넣어 먹으면 더위는 눈 씻듯 사라진다.


달콤함이 혀를 간지럽히고 수박 물은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수박은 너무 여름과 잘 어울려서 겨울에 수박을 먹는다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과일의 제철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 심오한 뜻이 있었나 보다.


사주 궁합을 따로 보지 않아도 수박과 여름은 천생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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