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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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나는 '슈퍼맨'을 제일 좋아합니다. 슈퍼맨은 뭐든지 다 할 수 있거든요. 배트맨도 좋지만, 배트맨은 날 수가 없잖아요.
질문 : 당신은 날고 싶습니까?
답 :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난다면 나도 날고 싶어요. 그렇지 않고 나만 날아다닌다는 건 곤란해요. 너무 눈에 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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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지향적 사람들의 특성을 바로 보여주는 짧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있을까.
슈퍼맨처럼 날고 싶은 특별성을 가지고 싶지만 그렇다고 혼자만 튀고 싶지는 않은 보편성을 가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남들과의 차이를 갖고 싶지만 그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은 싫은 것이다.
차이 나고 싶지만 차이 나고 싶지 않은 역설적인 면모를 보인다.
유별나기보다 보편적이고 싶은 요즘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것은 모두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모습이 아닐까.
질문 : 왜 하고 싶어?
답 : 나 빼고 남들이 다 하니까.
"여기에 역설이 있다. 타인지향적 아이는 미묘한 인관관계에 눈치 빠르게 적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며, 때로는 내부지향적 세대의 어른들보다도 더 세련된 방식으로 인간관계의 속사정을 예민하게 파악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둔감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흔히 이야기 마지막 부분으로 성급하게 달려가서 마지막을 먼저 읽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독서법 탓에 작중 인물의 인격적 개발이나 발전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중략) 아이들은 이야기 중간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대충대충 넘어가서 곧바로 마지막 승부에만 집착하고 주인공에 대한 상상 따위는 하지 못한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너무 일치한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 사회는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보고 결과를 종교처럼 찬양하고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지 않고 단순히 지금 성공한 그 모습만 보기도 한다.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잘 보지 못하고 3시간의 영화를 단 20분으로 함축해버린 짧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우리는 영화를 보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나 책 또는 실존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와 노력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아주 단적인 면으로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
웹툰을 보더라도 인물이 가진 서사가 담긴 과거 회상이 나오면 보지 않고 건너뛰어 대결의 결과만 확인한다.
스포츠 예능을 보면서 그 속에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성장을 하는지 엔 관심이 없고 경기 결과만 찾아본다.
인물의 인격적 개발이나 발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결과론적인 사고와 행동에 나는 매우 안타까움을 느끼긴 하지만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길이 있고 인생을 더욱 잘 사는 방법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더라도 말이다.
우리 속담엔 이 상황과 매우 잘 어울리는 속담이 있다.
'말을 우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이 속담의 뜻과 위대함을 많이 느끼곤 한다.
우리는 살면서 과정도 확인해야 하고 우물가의 물도 스스로 마실 줄도 알아야 한다.
정말 해야 할 게 많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