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Oct 27. 2024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달갑지 않은 더위라는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여름과 겨울 중 더 좋아하는 계절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나는 엄청난 망설임 끝에 여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더위 속에 흐르는 땀이라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여름이지만 여름에 할 수 있는 나들이와 물놀이의 즐거움이 겨울의 추위 속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눈보다 조금 더 크기에 주저함 속에 여름을 고를 것이다.


나는 땀이 그냥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줄줄 흐르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름엔 햇빛 아래 걸어 다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땀 때문에 견디지 못한다는 조금 완곡한 표현을 써보도록 하겠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은 점차 빨리 찾아오고 더 무더워지는 세상이라 6월인데 벌써 더운데 한여름은 어떻게 보내게 될지 겪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이른 더위를 이기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손에 꼭 쥐어본다.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99% 초코만 고르는 지현이와 반대로 나는 99% 빙과류를 선택한다.


상큼하고 끝 맛이 개운하며 시원한 느낌을 주는 아이스크림이 더 좋다.


그래서 베스킨라빈스에서 맛을 고를 때도 레인보우 샤베트를 가장 먼저 고르곤 한다.


고르곤 하니까 고르곤 졸라 피자가 생각난다.





연주 덕분에 조치원과 세종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우리도 세종에서 외식을 하며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돌아다니다 너무 더워서 나성동에 있는 '아크앤북'에 잠시 더위를 식히러 들어갔다.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책 의외에 볼거리가 많았다.


이것저것 다 사려고 하는 나를 말리느라 지현이가 잠시 진땀을 뺐지만 결국 노란 컵 하나만 사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서로 책 하나를 고르고 서점 나머지 영역을 구경하다 익명의 사람이 써놓은 글을 발견했다.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짧은 글이었지만 큰 울림을 주는 한 줄의 문장이었다.


우리는 행복을 바라면서 살지만 그 행복이 언제나 우리를 따라오지 않는다.


24시간 행복할 수도 없고 수업을 듣거나 회사에 있을 때는 행복이라는 친구를 쉽게 만날 수가 없다.


이런 순간들은 과감히 행복을 좇기보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고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하고 그 시간에 행복을 찾는 것이다.


인생에 족적을 남길 만한 교훈 같았다.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서점 구경을 마치고 메밀 소바와 돈가스를 먹고 나서 밖에 나와보니 붉은 노을이 건물 사이에서 배경을 만들고 있었다.


하늘이 너무 붉어 마치 불이 난 것만 같았다.


'불이야 불 우리가 나타났을 땐 전화 안 해도 돼 119'


불을 떠올리면 슈프림팀의 '땡땡땡' 노래가 생각나는 옛날 사람이다.






이전 14화 우물가의 물도 스스로 마실 줄도 알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