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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Oct 27. 2024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의 사회처럼 되지 않았을까.

2024년 6월 7일 금요일



출근을 하지 않으면 수영장에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지현이 옆에서 늦잠을 자는 행복에 취한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는 순간이 마냥 좋을 뿐이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여진다.


그 선택에 따라 미래가 바뀌게 되고 선택하지 못한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를 하기도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회비용이 적은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인간은 경제학으로 돌아가는 계산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 어떤 학문으로도 정립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존재이기에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선택할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문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이었다면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의 사회처럼 되지 않았을까.


(마침 이 글을 다 쓴 7월의 마지막즈음 지현이가 '열두 발자국' 책을 읽더니 실망과 후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실망은 어떤 선택에 대해 감정적으로 기대치보다 낮음을 느끼는 것이고, 후회는 A와 B 중 선택에 대해 아쉬워하며 비교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망은 메두끼도 느낄 수 있으며 후회는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만 사용할 수 있는 뇌의 영역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후회를 하는데 그 후회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고등영역이며 이는 당연한 것이다. -지현이가 이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해서 올려본다.)



오사카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에서 산 원두를 찬장에서 꺼내보았다.


원두를 담은 봉지 뒷면에 위치한 공기구멍 사이로 원두를 볶은 냄새가 풍겨 나왔고 그 냄새에 내 머릿속은 잠시 커피향이 분홍색 안개처럼 넓게 퍼져있던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 카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커피포트와 커피 그라인더 그리고 커피 머신이 가지런히 올려진 선반 위에는 우리의 여행 추억이 가득한 귀여운 친구들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여행에서 샀던 온갖 기념품들(지현이가 비록 살 때 귀여운 타박을 했지만)과 함께 일본에서 산 내 친구 토토로들 그리고 그 외 여러 추억이 눈꽃처럼 서려있는 물건들이 색색이 기억 향수를 내뿜고 있다.


물건이 가진 오감으로 촉발되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이다.


잠시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원두를 갈았다.


실수로 그라인더 크기를 잘못 설정해 생각보다 원두가 크게 갈렸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커피 머신에 물을 채우고 원두를 담아 탭핑을 하고 버튼을 눌러 커피를 추출했다.


고소한 커피 내음이 온 거실로 퍼져가며 엔트로피가 낮아졌다.


나란히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보며 티비 속 여행과 우리의 여행을 서로 융합시켰다.




오랜만에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다는 지현이의 희망에 기대어 서점에 방문했다.


익숙한 일인 듯 베스트셀러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새로운 책이 무엇이 출간되었는지 구경을 시작했다.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바라보면 최근 유행을 파악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쇼펜하우어가 유행했다가 지금은 살짝 그 인기가 사그라진 것 같다.


대학생 때 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읽으며 쇼펜하우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일찍이 그 매력을 깨달았지만 지금 이렇게 쇼펜하우어 열풍이 일어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유행이란 연기와도 같아 잡으려야 잡을 수 없고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유행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돌아가기도 하기에 그게 좋다 나쁘다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책들을 구경하다 서로 한 권씩 책을 골랐다.


나는 확석영 작가 시작인 <철도원 삼대>를 선택했고, 지현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한 책인 <노르웨이의 숲>을 골랐다.


마치 호신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할 두께를 가진 두 책을 손에 소중히 들고 우리는 서점을 빠져나와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목이 덜 풀린 상태로 나는 축가를 연습하고 연습했다.


결혼식에 누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초조했고 연습만이 살길이었기에 더욱 노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밤이 되었고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6월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달리기보다 걷기를 더 원했고 우리는 손을 잡고 나란히 나란히 걸어나갔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열심히 뛰어가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우리는 해치지 않는 아주 선량한 사람들인데 우리를 보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야속하기만 했다.


멀리서나마 지켜보려고 했지만 점차 우리와 멀어졌고 그렇게 아기 고양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안녕, 아기 고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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