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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n 30. 2022

[짧은 소설] 얼룩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입고 있는 셔츠에 붉은 얼룩이 묻어있다.


어디서 묻은 것일까?

어제 분명히 술자리에서 인사하고 나왔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도저히 그 이후가 기억이 안 난다.

휴대폰을 들어 같이 있었던 회사 동료에게 물어보려고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침대 옆에 놓인 물병을 들어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손에도 붉은 얼룩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옷보다 더 선명한 얼룩이 있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무시하고 물병을 들었다.

옷의 얼룩을 자세히 보기 위해 셔츠를 벗었다.

붉은 얼룩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뿌린 것처럼 셔츠에 퍼져있다.

냄새를 맡아보지만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우려했던 것은 아닌  같다.


그럼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벽에 걸린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셔츠를 내려놓고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물을 틀자마자 찬물이 나와 살짝 놀랐지만 이내 적절한 언도를 맞추고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가만히 망하게 서있었다.

손에 묻은 얼룩을 지우기 위해 손을 비볐는데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비누로 열심히 비벼봤지만 역시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거의 안 지워진 것 같다.

순간 짜증이 밀려왔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같아 그냥 씻고 나왔다.


손에 얼룩을 뒤로한 채 옷장 문을 열었는데 다행히 얼마 전에 드라이한 셔츠가 있어 팔을 넣고 셔츠를 입는데 손의 얼룩이 계속 신경 쓰였다.

출근해 누군가 본다면 무엇이냐고 물어볼 테고 붉은 얼룩을 해명하려면 귀찮아질 것 같아 우선 보이지 않게 파스를 붙여 얼룩을 가렸다.

회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손의 얼룩이 보이지 않는지    확인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어제 함께 있었던 동료에게 무슨 일 없었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별일 없었다는 교과서적인 대답뿐이었다.

붉은 얼룩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지만 괜히 오해만 살 것 같아 그냥 인사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잊은 채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바쁘게 하루가 지나갔고 금세 저녁이 왔다.

퇴근하려고 일어서는 순간 술 먹자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제 그렇게 먹고도 또 먹자고 유혹하는 동료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제처럼 필름이 끊겨서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기 전에 먼저 가겠다고 인사한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우리 집 천장이 보였다.

분명 어제 더 취하기 전에 멀쩡한 정신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나 그제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기억은 술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온 기억뿐이다.

입고 있는 셔츠를 확인해보니 어제보다 더욱 진하고 많은 양의 붉은 얼룩이 묻어있었고 손을 들어보니 더 선명하고 큰 얼룩이 자리해있었다.

 이런 얼룩이 묻었는지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꼴로 다시 회사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옷장에는 이제 남은 셔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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