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갈 때 못 본 꽃..." 이라던 시인의 말이 옳다. 몇 번을 쉬면서 숨을 헐떡거리며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보니 이 꽃이 지천이다. 멕시코에서 온, 이름이 '노랑코스모스'란다. 아마도 이 꽃의 씨가 날아들었던 그 원초의 우주는 사방 천지가 노란색인 밝은 별이었을 게다.
주제넘게도 얕은 산에 올라 깊은 생각을 하려 애써 본다. 기껏 생각해 낸 건, 저 무수한 빌딩 숲의 어느 한 지점의 확보에 목숨을 건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 정도. "고작 그게 평생을 바친 당신들의 우주요? 하찮은 생각이오." 웃기는 건, 그럼에도 도무지 나의 우주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저 배가 고파지기 전에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이 있었을 뿐이다.
헐레벌떡 하산길에 꽃을 보고 '코스모스'란 꽃 말을 겨우 생각해 내고서야 고작 짧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어디 나 뿐이었을까? 시인이 본 인생의 허망함과 후회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으셨으면 죄송한 일이고요. 대 시인에게 어깃장을 부려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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