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Nov 28. 2023

가을이 깊다


< 가을이 깊다 5 >

사람들을 따라 나온 강아지는 물론이려니와 제 스스로 움직이는 고양이마저 다만 봄과 같이 나른해 하지 않을 뿐 햇살이 마냥 좋은 것이다. 햇살 아래에서 사람도 동물도 어느새 서로 거리가 없어졌다. 한해를 지나면서 이웃처럼 익숙해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겨우내 긴 이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더 살가워지려는 것일까? 고양이 곁에 내가 앉았다.

계절이 점점 흘러감에, 옷을 벗고도 후회가 없는 나무가 더 당당해 진 것을 비롯하여, 걸어 다니는 것들의 눈빛 또한 더 영롱해졌다. 오히려 초연한 것이 있다면 빛의 직진이며 창천의 높이이려니. 실은 오늘 작심하고 그것의 초연과 불변을 닮으려 이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그만..... 작심한 마음은 흔들리고 모든 사라져 가는 것들의 의연한 아름다움에 더 매혹되고 있는 것이다. 건조한 땅 위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데, 시간을 잊은 나는 무심코 그 수를 헤아리고 있다.


< 가을이 깊다 4 >

바다는 끄떡없이 초연한데, 내 마음만 공연히 깊이로 높이로 가을이라 떼를 쓴다. 가을, 그렇고 말고.... 물의 명징에 넋을 빼고 몇 번을 멈추어 서서 스케치 하였다. 연화리 바다의 가을.


< 가을이 깊다 3 >

가을이 깊다. 나는 높은 곳의 하늘을 그리워 하고 시를 쓴다.


< 가을이 깊다 2 >

가을이 깊고, 나는 누워서 꽃을 바라본다.


< 가을이 깊다 1 >

빛의 흐름과 그것의 꼬리, 작은 것들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가느다란 소리. 문득 눈에 그것들이 들고, 나는 잠시 서서 귀를 기울인다.

.

.

.

.

매거진의 이전글 ’오펜-바흐’와 ‘자클린의 눈물’과 ‘옥이 이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