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잎을 떨군 대추나무 밑의 겨울

일상을 말하다

by 이종민



실체란 을씨년스럽던 위의 풍경만으로 단정지울 것만은 아니었다. 나무 아래로 내려가 볼 생각을 한 것은 아무래도 잘 한 일이었다. 잎을 다 떨군 나무 아래는 예상 외로 따듯하고, 나무와 나는 마치 대화를 나누듯. 나무가 내 옷자락을 붙잡기도 하고, 내가 나무의 살갗을 어루만지기도 하였다.


그러한 발 아래에 놀랍게도 생생한 연둣빛이 감돌았는데, 그것이 지난 계절의 미련인지 새 계절의 징조인지?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문제된 것은 없다고 여겼다. 검은 나무가 연둣빛 풀 위에 그리는 그림자마저 아름답게 보인 것이 내겐 더 중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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