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물 보러 가는 길

by 이종민


어부이셨던 할아버지는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바쁘셨는데. 이윽고 지게에 어구나 연장을 실은 짐이 꾸려지고, 홀로 대문을 나서신다. 이런 행위를 일컬어 우리는 “할아버지 물 보러 가신다.”라고 말했다. 어장에 간다는 말이었다.


TV 화면에서 캡쳐한 장면을 그린다. 저 분도 지게를 지고 있네. 요즈음도 바닷일에는 지게가 편리한가 보다. 어구나 연장을 잔뜩 지고 바다로 향하는 사람의 지게. 나는 그 속에서 보이지 않은 짐 하나를 더 본다. 우리 할아버지의 시절처럼, 가족의 생사가 주저리주저리 매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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