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넘는 일은 희망을 건지는 일과 같았다. 오르막이 끝나고 나면, 양쪽의 언덕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펴면서 가슴에 파란 바람을 불어넣곤 하였다. 그게 내 마음에 남은 고개의 희망적 이미지. 언제부터 였을까? 고개에 하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후죽순 집들이 들어왔다.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여도 그것은 거대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덩어리 덩어리. 이미 늦었구나. 그 덩어리가 자칫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