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수업 가는 길 / 고개에 대한 단상

by 이종민


고개를 넘는 일은 희망을 건지는 일과 같았다. 오르막이 끝나고 나면, 양쪽의 언덕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펴면서 가슴에 파란 바람을 불어넣곤 하였다. 그게 내 마음에 남은 고개의 희망적 이미지. 언제부터 였을까? 고개에 하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우후죽순 집들이 들어왔다.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여도 그것은 거대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덩어리 덩어리. 이미 늦었구나. 그 덩어리가 자칫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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