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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Nov 03. 2021

가만있어 보자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가만있어 보자'라는 말. 아무래도 좋은 말. 멍을 부르는 말. 바람멍을 하기 좋은 말. 입술에 침 바르고도 거짓말을 못 하게 하는 말. 너무 많은 노래를 알고 있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는 말. 그래서 가만있어 보자는 멈춤이 아니라 견딘다는 말. 견디다 못해 내 집의 주소가 생각나지 않는 말. 거울 속의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말.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전부를 이해할 수 없는 말. '가만'과 '있어'와 '보자'를 따로 떼어내서 써도 좋은 말. 죽기 직전에 꼭 한번은 하고 싶은 말. 기억나지 않는 내일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오늘은 오늘만 살아도 된다는 말. 꿈을 이루기보다는 항상 누리기를 원하는 말. '가만있어 보자' 지금 이 순간 내가 왜 '가만있어 보자'를 반복하고 있지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말.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말.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익혀서, 내 삶에 진짜 슬픔이 찾아오면 처음인듯 마지막인듯 헤아려 볼 수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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