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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Nov 14. 2021

비행기가 날아간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비행기가 날아간다. 비행기에는 울고 있는 사람과 웃는 사람과 무표정한 사람이 함께 타고 있다. 무심하게 목베개를 하고 잠을 청한 사람도 있다. 울고 있는 사람 곁에는 무표정한 사람이 앉아 있고, 웃는 사람 곁에는 잠을 자는 사람이 앉아 있다. 모두 곁에 있는 사람이 신경 쓰이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사연에만 몰두한다. 드디어 기내식이 나오고, 그들은 같은 표정을 챙기며 식구가 된다. 공중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란 취하지 않고는 잠이 들지 못했던 타국에서의 하루. 밥을 다 먹고 난 사람들이 외로운 듯 하나둘씩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승무원이 다가와 비행기 안에서는 비행기를 날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고 사람들이 우르르 함께 따져 묻는다. 규정은 없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 그러시면 안 된다고, 승무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접어 보여준다. 가장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람이 해당 규정을 가져와 보라고 말한다. 승무원은 얼굴의 미소를 지우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이륙해 있다가, 비밀번호는 설정한 사람도 기억나지 않을 때 진짜 비밀번호가 된다고 말한다. 순간 자기 삶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처럼 모두 입을 꾹 다문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비행기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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