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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May 05. 2022

살다 보면 이상한 우정들도 있지요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그가 밤에 대해 물었다. 나는 나쁘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그가 불안에 대해 물었다. 나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그는 밤과 불안을 등지고 서서 다시 내게 물었다. 모든 초콜릿은 단맛을 지녔느냐고. 나는 그 등에 등을 기대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절대적으로. 그는 밤은 초콜릿과 닮아서 어둠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마음이 쓰거나 다냐고 물었다. 나는 이빨이 썩은 개처럼 마음을 좌우로 흔들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불안의 눈빛을 거두고 다시 내게 물었다. 농담과 진담 중 누구와 더 친하냐고. 때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이 상대를 잘못 고른 듯 흔들렸다. 그사이 갓 태어난 울음들은 밤의 불빛을 손질하고, 어른들에게 울음을 가르치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었다가 나쁜 사람이 되었다가, 섬이 되어가는 삶. 절대적인 힘과 상대적인 힘을 모아 흰모래 가득한 바닷가를 달리는 밤의 발자국들. '살다 보면 이상한 우정들도 있지요'라며 내게 손 내미는 안부. 삼자대면하듯 반갑게 손을 잡고 나면 그게 결국 누군가의 인디언식 이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하루. 정체 모를 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당신과 그리고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밝은 밤의 불빛. 절대적으로 다정한 얼굴들이 모여 서로의 이름에 대해 묻는다. 살다 보면 이상한 우정들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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