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가진 것은 하나 없고, 없는 것만 있는 마음. 그곳에 바람의 발자국이 깃들면 초여름은 가만히 제 몸을 흔든다. 기쁨과 평안이라는 말을 몇 개 챙겨 사나흘 걷다 보면, 제아무리 죽지 못해 사는 삶일지라도 결국 살아내는 하루.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하니까 죽지 못하는 생도 있다는 생각. 하나의 숟가락을 나눠 쓰는 사람들처럼 나 한입 너 한입 허기를 나누어먹고, 에이 무슨 엄살이 그리 심하세요. 그거 다 신파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느새 허공을 번쩍 들었다 올리는 마른 풀의 힘. 저기 저 빈집에 누가 사는 줄 아세요? 빈집을 떠난 마음이 삽니다,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이 가뭄으로 세 든 저녁의 물 마시는 소리. 그렇지. 평생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하고 떠난 사람들의 특징이 있지. 스스로를 사랑했다는 것. 노래했다는 것. 그래서 마른 풀이 되살아날 때까지 바람과 햇살과 구름을 붙들고 한 번 더 상쾌해졌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