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나는 대체 불가의 사람. 나 없으면 안 되는 사람.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 잘하는 것 하나 없어, 못하는 것만 모아서 잘하는 사람. 어린아이만이 나를 이길 수 있고, 나를 이길 수 있는 못난 것들만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 결국 나는 나조차도 이기지 못해 나로 사는 사람. 그래야만 하는 사람.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 마흔 해가 훌쩍 넘도록 변변한 재주 갖지 못해, 팔깍지를 베개 삼아 천장 무늬의 잠을 부르는 사람. 어떤 잠은 잠으로도 이길 수 없어 점점 더 깊은 불면에 빠져드는 사람. 매일 밤 이삿짐을 싸 들고 잠으로 이사 가는 사람. 악몽을 꾸는 사람. 잠 속에서도 셋방살이를 하는 사람. 전셋값 올려달라는 말에 화들짝 잠에서 깨는 사람. 깨고 보면, 어라 집주인은 난데 왜 내가 쫓겨났지, 궁금해하는 사람. 그래서 다시 악몽을 찾아가는 사람. 물불 안 가리고 나로 사는 사람. 이미 엎질러진 물인 사람. 나 없이는 안되는 사람. 누구라도 그러하길 바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