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차라리 잘 됐어'라는 말처럼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걱정과 근심이 서로를 밀고 당기면서, 갈길 바쁜 사람처럼 케이블카가 내 시선을 붙든다. 생각의 간격을 두고 단추를 채운다. 돌이켜보면, 내 이십 대는 저 케이블카 속에 갇혀 있었지. 춤추며 노래 부르다가도 불쑥 '죄송합니다. 제가 낯을 심하게 가려서요'라고 말하던 허방의 날들이었지. 내 삼십 대는 말할 것도 없이 누가 봐도 바닥이었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닥. 바닥에 뒹굴면서도 그게 바닥인 줄 몰랐던 진짜 바닥의 시절이었지. 누군가 바닥에 우유를 쏟아도 눈치 보지 않고 핥을 수 있는, 비겁한 용기가 있던 시절이지. 사십 대를 생각하기 전 십 대를 떠올리면, 그땐 케이블카를 몰랐던 시절. 내 하루를 실어 나르는 시간이 케이블카였다는 사실도 진짜 몰랐던 시절. 모른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 슬픔이 가장 독실했던 시절. 아버지의 이름을 말하면, '네 아버지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라고 누구라도 말해주던 시절. 물론 술만 드시지 않으면 이라는 말이 꼬리표로 붙었지만, 이제는 나도 아버지와 같은 사십 대의 시절. 누구 하나 위로해 주지 않는 시절. '차라리 잘 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오늘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