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Jul 12. 2022

기와불사하는 마음과 같을 때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일 인분의 음식을 시켰는데 마치 이 인분처럼 나올 때. 혹시 잘못 나온 게 아닌가 싶어, 눈치껏 두리번거려봐도 그게 일 인분인 것 같을 때. 혼자 먹고도 일 인분이 남을 만큼의 양이라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을 때. 이 인분처럼 보이는 그 음식을 끝까지 다 먹는 게 오늘의 예의 같을 때. 범절이라 믿을 때. 그래서 끝끝내 허리띠 풀어가며 이 인분 같은 일 인분을 해치울 때. 카운터에서 일 인분의 음식값을 계산하려는데, 꾸벅꾸벅 졸던 사장님이 '아이고, 어찌야쓰까이. 이 인분이 일 인분으로 잘못 나가부렀네' 난감해할 때. 그래도 눈 딱 감고 일 인분의 음식값만 받는다고 하실 때. 일 인분의 음식을 혼자 다 먹은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함께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내가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될 때. 일 인분의 내가 이 인분의 나와 손잡고 걷다가, 그쯤 해서 다시 끼니 때가 된 듯이 같은 하늘을 바라볼 때. 일 인분이면 어떻고 이 인분이면 어떠냐는 생각이 다시 허기로 찾아들 때. 세상의 모든 끼니가 누군가를 위해 기와불사하는 마음과 같을 때.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의 흔적마저 예술이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