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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Oct 01. 2022

지우개를 보며 무지개라고 했던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통 큰 유리창에는 통 큰 풍경이 스며있다. 그사이에는 작은 쪽문이 있고, 그 문으로 숨을 쉬는 것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잠깐 숨을 멈추고 눈 감으면, 노크도 없이 이쪽과 저쪽의 풍경을 둥글게 안고 들어오는 무지개들. 그 빛이 어색할 틈도 없이 나는 무지갯빛에 빠져든다. 빨주노초파남보와 도레미파솔라시의 계이름을 한데 섞어 노래를 흥얼거린다. 세상은 참 이상도 하지. 노래를 하면 할수록 더욱 슬퍼지니까. 궁상맞게 눈물을 닦고 나면, 그 길 끝에 다시 뜨는 무지개. 눈물이 먼저일까, 무지개가 먼저일까를 고민하던 카페 종업원은 평소대로 무지개가 남긴 흔적을 닦아낸다. 그 곁에 앉아있던 나도 덩달아 지워진다. 지워지면서 기억한다. 어릴 적 지우개를 보며 무지개라고 했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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