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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ul 23. 2022

Men on a mission

감동을 통해 내 천직을 찾는 길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동생은 졸업 이후 대중음악 프로듀서의 길을 걷고 있다. 자유 계약 신분으로 YG를 포함해 여러 소속사의 아이돌 음악을 만들며 별개로 레슨도 하고 있다. 나와 함께 가진 것 없이 서울로 올라와 고난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고, 그것은 한 남자가 걸어야 하는 외로운 길이다.


같이 사는 기간 동안 거의 모든 것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잦았다. 그럼에도 서로의 창의적 기술(craftmanship)과 직업 철학(work ethics)을 존중했다. 나 다운 길이 무엇인지, 그 길을 걷는 여정에서 겪는 불안, 그리고 내가 사는 이 미친 세상에서 영혼을 지킬 전술에 대해서는 밤새 토론할 수 있었다.


수도권을 벗어나 근교를 달리다 보면 많은 중소기업 본사와 공장, 창고들을 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부수거나, 옮기거나 하고 있다. 한국 총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회사들인데, 서울에만 있다 보니 내가 아는 세상이 나도 모르게 작아지고 있었다고 느꼈다.


한국에 있는 회사들을 한 곳에 모아 보면 ‘창작(creative)’ 파레토 법칙(or 80:20 law)을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소수의 기업이(‘vital few’)가 대부분의 벨류 체인의 원작자고, 나머지 대다수의 회사가 그것들을 복제하거나, 재가공하거나, 유통하거나 처리하는 형식으로 경제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상업용 부동산업계에서 web3.0, NFT, IP 콘텐츠 비즈니스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원작자들과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땅이나 빌딩이 부를 창출해나가는 방식과 가상의 캐릭터, 디지털 아트, 웹 기반 커뮤니티가 부를 만들어 가는 방식과 방향성이 달라 재밌다.


스토리텔링은 원작자와 2차 창작자들을 분리하는 것들 중 하나다. 창작물을 잘 짜인 내러티브와 함께 조화롭게 소개하는 능력이 그것을 강력한 원작물로 만드는 요소이자, 필수적인 역량이다. 기존에 있던 것에서 변형을 준 것이라 하더라도, 감동 있는 문맥과 다양한 뉘앙스가 녹여져 있다면 원작물로 기능하며 유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 긴 안목


외로운 창작자의 길을 걷고 있는 동생이 요즘 조직 생활을 해볼까 고민하여 찾아왔다. 나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본능은 산업화와 자동화 속에서 자칫 잃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일은 더 희소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창작하느라 생긴 고민의 상처들은, 나 스스로 공감할 수 없는 n차 창작물을 가지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영광스러울 것이다(돌이켜보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형태를 가진다. 동네 떡볶이집 정도 규모의 작은 브랜드들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단골 고객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원작자들은 스마트 컨트렉트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도움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고 있다. 나 다운 것을 지속적으로 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나 다운 것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난 내 영감의 원천을 찾는다. 내 영감의 원천은 공감의 저수지다. 자발적으로 감화 감동한 것들의 한쪽 모서리를 잘 접어둔 후, 나 다울 수 있는 순간에 조용히 펼쳐본다. 어느 부분에서 내 감정이 동요했고, 왜 화가 났는지, 눈물이 흘렀는지,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영감이 되는 것들은 꼭 기록하고 말로 꺼내고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영감의 원천은 이러한 감정들이 한 데 섞여 내 감각을 일깨우는 작은 물결이거나 거대하게 부서지는 파도다. 밀려들어왔다 쓱 빠지기도 하면서 결국 나에게 행동을 촉구한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그래서 어떤 것을 할 것인가? 이것은 내 모든 글을 관통하는 물음이자 미션(mission)이다. 어떻게 하면 나 다운 것을 찾아 그것을 마스터하기 위해 훈련할 것이며, 또 타인을 도우며 내 영혼을 지킬 것인가?


갈증을 느끼면 물을 찾는 것처럼, 내가 살아오면서 느끼는 이 갈증이 무엇인지 혼자만의 절대적인 시간의 양을 늘려야 한다. 나 다움이 무엇인지 알면, 그것을 세상에 소개할 방법과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노트를 낭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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