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stress is better than no stress
우리는 언제부턴가 두 마리 토끼를 넘어 세 마리, 네 마리를 잡고 싶어 졌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일 먹을 치킨에 욕심을 낸다. 의식주를 해결하였지만 지금보다 다음의 성공을, 더 많은 성장을 기대한다. 슬픈 자화상이다.
오늘 하루도 큰 실수 없이 무탈히 보낸 것도 사실 주요한 성취가 될 수 있음에도, 소속된 조직의 성장에 큰 보탬이 못 되고 있는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본분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회사의 경영 상태를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이 레이스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우선 마구 배우고 본다.
위 내용은 모두 지난 몇 개월간의 내 얘기다. 내가 그랬다. 걱정과 불안이라는 두꺼운 보자기로 눈을 가리고 방향 감각 없이 날뛰며 다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이렇게 하면 뭐라도 될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스트레스와 걱정이 행복과 내면의 성장과 정확히 반비례하는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러 연구결과가 이를 반박한다. 그중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행동 과학자인 Francesca Gino 박사가 HBR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려 한다.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 따르면, 어느 특정 지점까지는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산성도 함께 증가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하는 일들에 더 몰입하도록 돕는다. 그러다 그 sweetspot을 넘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생산성이 줄어든다.
위 그래프는 정규분포표의 모양을 보이지만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훈련된 수준과 각자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띌 것이다. 만약 내가 회사에서 맡은 일이 고도의 집중과 복잡성을 요구한다면, 심리적 압박과 내일 업무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낮을수록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이럴 때는 롱테일 커브처럼 앞 쪽으로 치우진 모양이 될 것이다. 반대로 매우 평범하고 익숙한 일이라면 높은 압박과 더 많은 업무 부여를 통해 현재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법칙이 하고 싶은 말은 우리에게 적당한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요새 들어 얼마나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는 잘 알기 힘들다. 그때 이 테스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Sheldon Cohen 교수, 피츠버그 대학 Thomas Kamarck 교수, 일리노이 대학 Robin Mermelstein 교수가 만든 스트레스 자각 스트레스 측정 방법이다 / PSS(Perceived Stress Scale).
흥미로운 점은 나이와 소득, 그리고 교육 수준에 따라 다른 스트레스 평균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평균 스트레스 점수가 낮아지는데, 그에 대한 이유로 1) 삶의 경험이 축적되며 여러 어려움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점, 그 2) 사회 조직에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만큼 책임과 함께 일에 대한 통제력이 커진 점을 꼽았다(60세 이상 은퇴 연령이 되면 스트레스 레벨은 더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연봉과 최종 학력이 높을수록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약 2천 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실시했을 때 평균 13점 정도의 스트레스 레벨에서 피실험자들이 일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가 높았다고 한다. 13점보다 너무 낮거나 높다면 여러 이유로 지금 일에 집중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나는 40점 만점에 30점이 나왔는데,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1. 내 업무(생활)에 통제력을 넓히자
결정 권한이 많은 레벨급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오히려 낮은 스트레스 지수를 보였다. 실무를 덜 하기 때문이라기보단 다방면에서 입수되는 정보를 통해 더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여 통제력을 유지하고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높은 직급에 있지 않아도 충분히 내가 하는 일에 통제력을 넓힐 수 있다고 Francesca 교수는 말한다. 어떤 업무상 이메일을 먼저 열어보고 해결할 것인가부터, 하루의 어젠다를 만들 때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는 방법이다.
2. 나만의 문제 해결 방식을 만들자
일을 할 때 이미 짜인 대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이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업무 매뉴얼이 이 일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생각이 잦아들 때쯤 크고 작은 실수가 찾아오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같은 업무를 조금은 나만의 스타일을 섞어서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소하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내 앞에 놓인 이 일에 내 색깔을 입힐 수 있다, 물론 조직 정책과 사회 규범 안에서.
3. 나만의 의식을 갖는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경기 시작 전 코트 옆 경기 기록관 앞에 놓은 탤컴파우더로 그 유명한 'Chalk Toss'를 한다. 이게 그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르브론 자신만이 아는 pre-game ritual이다. 오직 자신만이 100% 통제할 수 있는 그 의식을 치름으로써 경기에 대한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 의식이 주는 편안함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미리 머릿속에 그린 게임 플랜(Game Plan)에 집중할 수 있다(나도 출근할 때 회사 출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 (몇 스타 선수들의 재밌는 경기 전 의식 모음)
2018년도에 방송했던 알쓸신잡 3에서 김영하 시인은, '사람은 절대로 본인 능력의 100%를 사용해선 안된다'라고 했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지 말고, 미래에 올 큰 어려움에 대비해 내 능력의 7~80%만 사용하라는 말을 했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맞다. 전방에 가파른 언덕이 있는데 4단 5단 기어를 놓고 액셀을 밟을 수 없다. 삶과 업무에서 모두 높은 성취감과 생산성을 얻고 싶다면 걱정(스트레스)과 편안함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 최적의 균형을 구하는 계산식은 우리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고민에 몰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래퍼가 한 말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Some stress is better than no stress.
essay by junwoo lee
reference: <Are You Too Stressed to Be Productive? Or Not Stressed Enough?> - Francesca Gino
photo by Francesco Unga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