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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Nov 01. 2020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너의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의 마음

불행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증세나 건강을 위협하는 불안 장애는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매일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불안감이라는 손님을 상대하기엔 별도의 처방전이 없다.

<Conscious: The Power of Awareness in Business and Life>를 쓴 심리학자 Bob Rosen은, 일상의 불안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을 해쳐나가는 방식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어제의 지식은 오늘의 오류가 되는 오늘날, 이런 불안감은 현대인 모두가 느끼는 마음의 감기다. 새로운 게 계속해서,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쏟아지는 세상에 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멀쩡한 것들도 안 멀쩡해 보이니 말이다. 우리는 점점 똑똑해지지만 그만큼 불안함, 중독, 외로움 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전 생존 역사부터 위험과 공포, 불안은 있었다. 당장 내 자식이 마실 물은 있을까, 다음 겨울을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아무 지식과 정보도 없이 무작정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그 당시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런 걱정을 회피한다는 행위는 생존 본능을 무시해 자멸(공멸)하는 결과를 낳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매우 모호한 당시의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낮은 지능을 가졌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류는 살기 위해 불안감을 이용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로 돌아와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당장 내일 굶어 죽거나 맹수에게 사냥당할 걱정을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내 직업이 어떻게 상대적 빈곤에서 나를 구할 것인지, 나의 사업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는 데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혹은 지금의 연애 파트너가 나와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장기적으로 협력할 것인가와 같은 고차원적 고민과 염려를 하고 있다. 사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특정한 불확실성이라기보다, 우리의 뇌가 들려주는 쓸데없이 부정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지금보다 나은 직업을 찾지 않으면 난 몇 년간 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될 거야. 그럼 돈도 몇 푼 못 벌고 늙어가는 비참한 인생을 살겠지. The End.” 와 같이 극단적인 비관적인 이야기 말이다.

불안한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우선 불안하기 싫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대안을 찾거나 단순히 마음을 회피한다. 이렇게 불안한 감정은 우리 마음에 좋지 않은 것으로 당연하게 인식되어왔다. 우리가 먼저 버려야 할 것이 바로 불안감이 우리의 성장을 갉아먹는 슬럼프라고 인식하는 습관이다. 우리는 지금 느끼는 불안감 때문에 행복할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불안감을 현실에 대한 우리의 뾰족한 시선이 무뎌질 때마다 울리는 모닝콜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 뇌가 무뎌진 현실 감각을 빠르게 눈치채 다시금 현실을 돌아보게 경종을 땡땡 울려주는 것이다. 불안한 감정은 생산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우리를 찾아온 불안감이라는 손님이 불청객이 되지 않도록 초대하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불편한 사실에 익숙해지기
우리의 삶이 그리 달달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멀리 서야 희극 같지만 그건 남의 삶이기 때문이다. 내 삶은 대부분 모노톤으로 밑그림을 그렸고 그 위에 파스텔의 컬러로 색칠한다고 생각하자. 현실 감각에 편안해지면 쓸데없는 불안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2. 내 몸이 말하는 것을 듣기
우리 스스로가 알아채기 전에 이미 우리 몸은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어디가 이상하게 아프거나 근육이 계속 뭉치는 것도 우리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요가하는 것을 괜히 수련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내 몸의 경직된 곳과 아픈 곳을 아는 것은 매우 섬세한 자기 돌봄의 방법이다. 그래서 나도 요가와 달리기를 병행하고 있다. 둘 다 근력보다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보다 수련의 성격이 크다.


3. 내가 왜 불안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이다. 스무고개처럼 한 꺼풀씩 벗겨가며 불안의 알맹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만큼 어느 정도의 고통과 집중을 수반한다. 나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문답 형식으로 기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Q: 요즘 나의 감정은 어때?
A: 슬퍼. 비참해. 우울해. 외로워. 창피해.

Q: 왜 요새 이렇게 슬퍼?
A: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막상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Q: 왜 지금 일이 맘에 안 들어?
A: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도전의식이 들지 않아.


나의 불안함을 기록해봐요


(현 x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계획하는 인내심) - 추구하는 이상적 미래 = 불안감

불안감의 성질을 구하는 공식이다. 음의 값이 커질수록 우리는 안 좋은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양의 값이 커질수록 우리의 생산성과 몰입에 도움을 주는 영양가 있는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이 값의 차이에서 우리 삶의 의욕이 있고, 삶의 적극적인 몰입이 있고, 기분 좋은 불안함이 있다.

오히려 우리를 돕는 정신적 리마인더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안정적인 삶은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내일이 우리의 인생을 설명하는 데에 더 적합할 것이다. 내가 100%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은 우리를 불안하고 걱정하게 만드는 게 당연하다.


요새 자신이 지나치게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정답’을 찾으려 하거나 더 많은 능력을 얻고 싶어 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 있는 것들을 모두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면 곧바로 불만족 감이 따라붙게 되고,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쉽게 실망하고 주변인들의 동기와 생각에 의구심이 든다. 자의식이 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도 불안해진다. 사실 그 무엇보다, 혹시 굉장히 성급하지는 않은지.

불안한 감정을 느껴 본 지 오래된 분들에게

축하할 일이 아니다. 작은 염려는 큰 행복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요새 불안한 적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혹시 본인이 굉장히 공상적인 계획과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혹은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이불속에 있으면 따뜻하고 안정적이다. 이불 밖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6.30 프로젝트, 만족감을 주는 중력을 내 가슴 안에 두기

흔들리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만족 중력이 우리 마음 바깥 저 멀리 있을수록 더 강한 변덕(mood swing)에 노출되니 우리는 계속 흔들리는 것이다. 자기 만족감 중력을 갖도록 하나씩 기록하는 습관을 여러분 모두에게 권유하고 싶다. 그래서 지난 10월부터 작은 기록하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3.60 프로젝트>라 지었는데,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마음속 고민을 하루에 딱 3줄씩 60일간 적는 모임이다. 기록을 통해 자가 치유를 경험하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이 프로젝트에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권유드린다. 자세한 내용은 >>>>>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ssay by junwoo lee

photo by T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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