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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Sep 19. 2021

롱런하는 법

목적성, 정직함, 그리고 가벼움

내가 러닝을 하는 이유


운동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내게 러닝은 명상의 의미가 크다. 무산소 운동처럼 짧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숨 돌릴 시간 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뛰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마치는 시간까지는 하나의 명상 시간처럼 다가온다. 속도와는 상관없이.


웨이트를 포함한 다른 운동들은 한 번 한 번에 그리 중요한 이유가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이유가 생기면 하는 것보다 ‘그냥’ 꾸준히 가서 쇠질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러닝은 나를 회복하고 마음을 정화하고 생각을 다듬는 시간이다.


나는 뛸 때 NRC 나이키 앱을 쓰는데, 어떨 때는 프리런을 하고 어떨 때는 나이키 육상 코치님이 도와주는 가이드런을 쓴다. 가이드런을 선택할 때마다 코치님이 하는 질문이 있다. “오늘 왜 뛰기로 결심했나요?” 그럼 나도 스스로 묻는다, ‘오늘 왜 뛰지?’ 오늘이 유난히 고됬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일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도 뛰었다. 사소한 뜀뛰기에도 이렇게 목적 부여가 가능하다. 목적이 이끄는 삶. ’왜’라는 질문은 우주에서 나의 위치를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이렇게 내 행동에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재정립되는 내 삶의 태도와 방향은 내가 오래 뛸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준다.


정직함


고백하자면, 나는 가끔 내 기록을 왜곡한다. 한 번 뛸 때 주로 5K를 뛰는데, 힘들면 잠시 정지를 하는 방식으로 일정 거리를 주파한 평균 시간을 보기 ‘이쁘게’ 만든다. 숫자로 남는 기록 자체에 집중한 나머지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힘을 빼고 호흡에 집중하기보다 애플 워치만 계속 올려다본다. 이런 러닝을 마친 날은 기록을 보면 기쁘지도 않고 보람차지도 않다. 누굴 위한 러닝이었나 싶다. 오늘은 조금 벅찼구나,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주지 못 한 내 몸에게 미안함. 정직하지 못한 러닝은 그리 기쁘지도 않다. 즐거운 러닝을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정직하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짜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인생은 삶의 철학과 메시지를 담게 되고, 그 메시지를 담는 방법 중 하나가 일(work)이다. 특히 일을 할 때 정직함은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대신 표현된다.


정직한 것이 멀리 간다는 것은 진리다. 생존 방식에 정직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미덕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정직하기 위해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그게 바로 내일의 나를 위해 정직하게 일하는 방법이다. 내일모레의 나도 아니고 1년 뒤의 나가 아니라 바로 내일의 나를 위한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는 열정을 찾자. 나에게 열정이란, 지루하고 어렵고 힘들고 어제와 비슷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1. 내 일에 대한 집착

2. 더 잘하고 싶은 욕심

3. 그 일을 맡고 진행함에 감사함

이다.


가벼움


이번 8~9월은 카니예 웨스트(‘칸예’)와 드레이크가 정규 앨범을 발매한 달이다. 칸예의 [Donda]는 10번째 정규 앨범이고 드레이크의 [Certified Lover Boy]는 그의 6번째다. 앨범이 공개될 때마다 당시의 팝 컬쳐에 큰 영향을 끼쳐온 두 거물이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이 둘이 이렇게 강한 존재감을 유지해갈 수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로 마흔넷인 칸예는 유일무이한 트렌드 세터다. 2004년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을 발표했을 때 힙합계에 ‘pink polos and backpack’이라 불리는 프레피룩을 가지고 온 것도 칸예였다. 앨범을 낼 때마다 앨범 무드에 맞춘 그의 패션은 크게 유행했다. 괴상함과 신선함을 넘나들던 칸예는 음악적인 영향력에서도 선구자였다. 옛날 음악을 구간 샘플링하여 유행시킨 것도 칸예였다. 래퍼로서의 칸예 이전에 프로듀서로서의 칸예를 세상에 알렸던 것은 2001년 Jay-Z의 명반 [Blueprint I]에서 4곡을 작업하면서였다. 그외에도 808 드럼 머신을 이용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항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올해로 만 서른넷인 드레이크는 칸예보다 열 살 어리지만 그의 인기 유지 비결은 조금 다르다. 1위 곡 제조기 드레이크는 본인을 완벽하게 ‘meme’화 시켰다. [Hotline Bling]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는 SNL Live와 같이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뮤비들도 코믹하다. 'Drake meme generator'가 있을 정도로, 자신을 가볍게 만들어 소비되기 편하게 만들었다. 가수를 넘어 엔터테이너로서, 팝 컬쳐(Pop Culture)에 쉽고 빠르게 소비될 수 있도록 포지셔닝한 것이 그의 방식인 것이다.


찬란했던 시기는 세월과 함께 저편으로 사라지면 젊고 새로운 것이 소개되고 각광받는다. 세상의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념을 거스르는 사례들을 보면 끝없이 기존의 껍질을 깨고 가벼워지려는 사람들이었다. 과거의 황금기는 과거에 묻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의 황금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점점 머리와 엉덩이는 무거워진다. 조금 더 가볍게 가자.



essay by 이준우

photo by Luke Stackpo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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