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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an 31. 2022

안녕한 하루

예산 수립과 기대 마진율

욕구불만 사회


같은 24시간을 살면서 누구는 시속 6~70KM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도 못 가누고 있고, 누구는 태풍의 눈 안에서 한 조각의 여유를 가진다. 괜한 불안과 걱정이 많은 나에게는 이 세상 자체가 커다란 소용돌이다. 뺑뺑 돌아가는 삶에서 한 줌의 마음의 평화를 찾는 모험이자 과정이다.


작년 말부터 가상자산을 포함해 자산 시장의 버블이 빠지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막지한 속도로 세상이 돌아갔다는 뜻일까. 몇 주 전 엘지 엔솔 공모를 지켜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자본시장의 활발한 참여로 보이지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안달이 난 사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소 따상은 먹고 나와야 욕구가 해소되는 사회.


투기 심리를 해소해야 하는 시대는 급하다. 급하다 보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예민해서 사회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우리는 이제 시간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본마저도 투기하려 할 것이다. 돈 먹고 돈 먹기처럼, 시간을 써서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 들 것이다.


투자 단톡방이나 텔레그램에서만 이런 욕구가 관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모임들이 그러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공을 외친다. 강력한 공통분모. 겁나기까지 하는 이런 광적인 분위기는 찐득한 소속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내는 무거운 불안감도 덤이다. 투기 공동체 안에서 누가 먼저 당기고 나갈 것인가. 욕심이 짙은 공동체는 성공할수록 불안하다.


마진 게임(margin game)


대부분의 사업은 마진 게임을 기초로 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사이(magin)에 사업 기회가 있고, 버는 돈과 나가는 돈의 차이(margin)에 기업 생존율이 달렸기 때문이다. ‘마진율이 얼마냐’는 질문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가늠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들이 존속하기 위해 방어해야 하는 최후의 숫자가 마진율이다. 투입 대비 산출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해당 사업을 영위할 때 얻을 수 있는 ROI가 나오는 것처럼, 마진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가능성이다.


물론 예측성을 가져도 사업은 모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마진이란 안전망이다.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앞선 글(두 종류의 게임​)에서 쓴 것처럼, 패자의 게임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내 예측(플레이)이 틀리지 않도록 플레이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경쟁에서, 그리고 결과(outcome)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매출과 지출 규모가 논리적으로 예측될 수 있을 때 현실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 *번쩍하는 투자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마진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시간이다. 마진 게임을 하는 사람의 24시간(하루)은 단단하다. 근거 없는 차익 실현 게임을 펼치려는 사람의 24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탄탄함이다.


번뜩거리는 희망이 제일 무섭다


길을 걷다가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한다. 그 아이디어는 내 행복 회로에 의해 성공이 검증되었고, 이제 높은 성공률을 가정하고 실행 계획에 들어간다. 가슴이 뛰고 마음은 부푼다.


번뜩거리는 희망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우리 모두는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논리적인 계획 없이 삶의 루틴을 쉽게 바꾼다. 이러한 의도적인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이다. 이 변화를 통해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번뜩이면 올인하게 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하게 된다. 인생은 90 퍼센트의 반복적인 습관과 10%의 인생을 바꿀 중대한 이벤트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번뜩하는 가능성 때문에 삶의 무게 중심을 망가뜨린다. 공든 탑을 세울 때는 번뜩거림을 경계해야 한다. 한 번의 번뜩한 투자로 인해 끝내 일어서지 못하는 가정을 본다. 잘하던 것을 두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의 존립이 위태하지는 것을 본다. 반복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이고, 복리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기가 참 어렵다.


인간들은 세 가지 긍정적인 편향을 지닌다. 1)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려 하거나, 2)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려 하거나, 3) 상황을 예측할 때 긍정적인 요소에 가중치를 두려는 경향이다.


시간 예산


사업 계획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관리된 위험기대 마진율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근거 있는 예측(계획)을 할 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예산 수립이다. 예산은 개인에게 시간이다. 내 가용 시간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예산 계획을 세운다. 예산을 잘 쓰면 내가 목표하는 마진을 확보할 확률이 커진다.


마진 게임을 하다 보면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중립적으로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즉, 현실(오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들의 결과물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내 오늘 예산을 잘 썼으면 나는 내가 예상하는 결과에 가까워진 것이다. 내 인스타 피드에 뜨는 내 주변인들은 오늘 하루를 끝내주게 보낸 것 같다. A는 오늘 최고의 하루를 보낸 것 같고 B는 오늘 대단한 성취를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예산 계획과 무관하다. 내 시간 예산만 적시 적소에 투입하였다면 내 하루는 꽉 채워 보낸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Did you have a good day today?” :) :) :)



essay by 이준우

photo by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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