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87]
오전 회의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 끝났다. 자연스럽게 고객사 담당자와 식사를 하게 되었다. 푸른 하늘, 선선한 바람. 기분 좋게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을 주문하고는 여러 이야기가 이어졌다. 앞서 하던 회의에 대해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주제는 여름휴가에서 직업으로 넘어갔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고객사 담당자는 나에게 어떻게 코치를 하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중요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한 분이기에 진심을 담아 말씀을 드렸다. 돌이켜보니 나 자신도 그동안 일하던 직업을 놔두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은 새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도 잘 풀리지 않은 몇 년의 시간 동안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맞는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고 버텼기에 지금은 '이 직업이 최선의 선택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때 나의 선택 기준은 이랬다. 먼저는 '나의 재능과 맞는가’였다. 일을 잘하려면 아무래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맞아야 더 잘할 수 있고, 인정을 받아야 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박수받는 것을 좋아한다. 글 쓰는 것도 즐겨하니 직업을 행함에 있어 필요한 재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앞으로 시장성이 있느냐’였다. 모든 산업분야는 생명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시장이 움트고,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기까지. 아무래도 성장하는 시장에 들어가야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직업의 첫 번째 이유는 돈을 버는 것이다. 나만 재미있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직업을 선택할 수는 없다. 15년 전 코칭 분야는 한국에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때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코칭 시장 규모를 살펴보았고, 관련 시장 발전 트렌드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며, 직장인에게 업무 압박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커질 것이고, 그중 핵심 인재를 위한 비즈니스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코칭이라는 산업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속도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개인적인 능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분야의 시장은 아주 천천히 성장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성장에 속도가 붙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시간이 되어 말을 다 전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두 번째 직업을 갖고자 하는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 그 분야에 들어가 배워보라.
그래도 그분은 많은 것을 배우며 직업이 어떤지 알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동안 나에게 물어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간만 보는 것이다. 관심은 많다고 이야기하지만 직업 밖에서만 보고 평가한다. 음식도 맛을 보지 않고 눈으로만 보면 진정한 맛을 알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일은 다른 법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여러 개라면 특히 더 직접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해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이 그 분야에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
2.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라.
두 번째 직업은 인생의 나머지 시간을 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것을 선착순으로 할 수는 없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딱 하나 분명한 것이 아니라면 해보고 싶은 것은 조금씩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정말 원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그동안 경험했던 지식을 접목시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것을 경험해 보고 선택하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힘들어도 후회가 덜하다.
3. 성공한 사람을 만나 방법을 들어보라.
성공하는 방법이 하나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방법이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방법은 필요한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경험을 듣는 것은 그가 했던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이다. 또한 성공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기운을 받는 게 있다. 왠지 잘 될 것 같고, 더 노력하고 싶은. 잘 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4. 어느 정도 알아봤으면 하나를 결정해서 깊이 파라.
몇 가지 직업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다면 그다음에는 결정하고 관련 공부를 심화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프로로 일하기 위해서는 쌓아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격증이 필요할 수도 있고, 훈련 시간도 필요하고, 그 안에서 경험하고 배워할 것들이 있다. 그런데 헤매기만 하다 보면 알아만 보다가 좋은 시간 다 보낼 수 있다. 어느 정도 결정의 시간을 정해 알아보고, 때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서 파고 들어가야 한다.
5. 현재 자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라.
직업을 바꾸는 부분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기존의 직업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잘못되었을 때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 하고 싶은 직업을 위해 무조건 기존 직업을 때려치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지금 자리에서 새로 배우는 것을 적용하면서 능력도 키우고 타이밍도 봐야 한다. 가능하면 현재 회사에서 바꾸려는 직업을 잘한다는 평판을 듣고 나오는 것이 좋다. 친정 같은 회사와 함께 일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소 생계비 걱정은 줄일 수 있다.
6. 결정적 순간에는 용기를 내라.
어차피 인생은 타이밍이다. 너무 빠른 것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니 힘들고, 너무 늦으면 기차는 떠나고 없다. 지금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과거가 될 직업을 기준으로 한 결정이다. 새로운 결정은 새로운 직업의 일을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으냐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옮겨갈 직업에서 잘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주저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도 똑같은 에너지와 몸이 아니다. 이때다 싶을 때는 한 발만 더 간다는 마음으로 행동해보자. 한 발씩 다가가다 보면 확신도 들고 용기도 날 것이다. 확신이 들 때 결정하면 된다. 도저히 용기가 안 선다면 그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이제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보통 50세 전후로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앞으로 살 날은 길다. 오랫동안 할 일이라면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하자. 그래야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그렇게 버티다 보면 실력도 늘고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누군가 만나기에 좋은 날씨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한번 찾아가 보자.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야 진짜 사는 맛이 난다. 가끔은 씁쓸해도 달콤한 인생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형준의 모티브 87] 길게 사는 인생, 두 번째 직업 준비